▲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달력을 본다. 이 달 뒤에 한 장의 달력 밖에 남지 않았다. 새해가 되었나 싶으면 새 학년을 시작, 한 학기를 보낸다. 또 시작하고 다시 끝나간다. 참으로 빨리 가는 시간이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친구에게 안부 물을 시간조차도 없다며 혼자 중얼거리고, 또 다시 일의 순서를 나열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하나의 일을 끝내자마자 습관적으로 다음 일은 무엇인지 찾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매일 같이 동동거리며 분주하게 살고 있지만 부산스럽기만 할 뿐 정작 마음에 흡족할 만큼 내세울 만한 대단한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습관처럼 ‘바쁘다’를 외치고 있다. 내가 바쁘다고 할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이 바쁘다고 할 때는 ‘저 사람은 뭐가 저리 바쁜지…’라며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바쁘다. 업무 때문에 바쁘고 업무가 아니라도 다른 일들로 바쁘며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는 것에 인색하다. 바쁘다고 핑계를 대면서 나의 이익에 필요한 사람과 일을 우선시 하느라 다른 것에는 인색하거나 소홀하지 않았는지, 바쁨을 자랑처럼 떠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바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와중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영국의 심리학자 토니 크랩은 그의 저서 <Busy: How to thrive in a world of too much(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에서 “바쁘다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며 분주함은 건강과 인간관계를 망치고 직장생활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복을 방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분주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적절한 통제, 일의 핵심에 초점 맞추기, 중요한 사람들의 가치를 알고 그들과의 활동에 정성들이기 그리고 삶의 변화를 위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사람들에 대한 가치’였는데 사람관계에 대한 소홀함이 자신의 재충전 능력과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능력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에 대한 소홀은 자신의 분주함의 결과만이 아니라 분주함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한다. 사람관계에 대한 공허함이 일에 대한 집착으로 분주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통제하지 못하고 정리되지 않은 일에 끌려 다니며,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익숙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바쁘다는 것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며 자기 일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정신없이 바빴다고 생각했던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그동안 소홀했던 지인과 이웃, 주변인들을 챙김으로써 나의 분주했던 ‘바쁨’의 시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의 시간으로 바꿔보도록 준비해보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무작정 바쁨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나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즐거운 여유를 가져볼 일이다.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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