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비율이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하며 2년 만에 최고를 기록, 대외지급 능력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이 받을 채권에서 갚을 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이 신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7년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를 보면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1.1%로 6월 말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은 2015년 9월 말(31.3%) 이후 가장 높았다.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9.3%로 2014년 6월 말(29.4%) 이후 최고였다. 이는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가 1천198억 달러로 25억 달러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대외채무는 18억 달러 증가한 4천91억 달러다. 이 중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외채는 7억 달러 감소한 2천893억 달러였다.

단기외채 증가는 대외 지급능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외채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급격히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단기외채 증가는 금리 인상 기대로 투자자들이 투자 기간을 길지 않게 잡고 있어서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문성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금리 인상 기대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단기로 운용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기외채 규모가 큰 폭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 “단기외채 비율이 조금 악화했다고 볼 순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단기 외채비율이 상승했지만 안정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외채 비율은 1997년 657.9%까지 치솟았다가 2000년대 들어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0년대 후반대에도 70%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20∼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채권은 9월 말 8천565억 달러로 석 달 사이 261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 금액도 사상 최고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4천474억 달러로 6월 말에 비해 243억 달러 증가했다.

순대외채권은 한 국가의 대외 지급능력을 뜻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 한국은 순대외채무가 637억 달러로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았다.

2000년부터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를 초과했고 2012년 3분기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채가 증가하고 있지만 외채 건전성, 지급능력 지표는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있는 만큼 외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외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9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2천629억 달러로 석 달 전보다 388억 달러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1조3천894억 달러)이 500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 중 증권투자 잔액은 272억 달러, 직접투자는 109억 달러 늘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홍콩 등 주요국 주가가 상승해 증권투자가 비교적 큰 폭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를 뜻하는 대외금융부채(1조1천265억 달러)는 112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부채 중 지분증권에서 64억 달러 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탓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