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석 울산대곡박물관 관장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2017년은 다른 해보다 시민들이 울산 역사와 지역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래서 울산대곡박물관에서는 울산의 상징인 학(鶴) 문화를 조명하는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 울산’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어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고분군(古墳群) 발굴 성과를 통해 고대 울산 역사를 살펴보는 특별전도 기획했다.

울산에서 첫 번째 고분군 발굴조사는 1961년 국립박물관에 의해 이루어진 삼광리 유적이다. 여기서 동물무늬 굽다리항아리가 출토됐다. 토기에는 말을 비롯한 12마리 동물이 그려져 있다. 이 명품 항아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2011년 울산박물관 개관 때 이 토기를 몇 달 간 대여 전시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삼국시대 토기를 대표하기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도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삼광리 유적을 시작으로 대대리 하대 고분군, 중산동 고분군, 다운동 고분군 등 여러 고분군이 발굴조사됐다. 서부 울산지역에서 보면 삼정리 하삼정 고분군, 신화리·교동리 유적, 조일리 고분군이 주목된다. 삼정리 하삼정 고분군은 대곡댐 편입부지에 속하며 하삼정 마을의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적이다. 여기서 고분 약 1천기가 조사됐으며 1만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하삼정 고분군 출토유물은 울산대곡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신화리·교동리 유적은 KTX울산역과 역세권 일원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을 비롯하여 청동기시대, 삼한·삼국시대 유적 등이 조사됐다. 이 발굴성과에 대해서는 2016년 울산대곡박물관 ‘울산의 시작, 신화리’ 특별전을 통해 조명했다.

조일리 고분군은 4~6세기 대에 만들어진 무덤들이다. 서부 울산지역에서 삼정리 하삼정 고분군 다음으로 분묘 숫자가 많은 유적이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울산대박물관, 울산문화재연구원에서 발굴조사했다. 이를 통해 삼국시대 목곽묘 91기, 석곽묘 257기, 석실묘 4기, 옹관묘 4기 등이 확인됐다.

조일리 고분군은 중소형 무덤이지만 금동관 4점, 장식 환두대도 8점이 출토되어 관심을 끈다. 울산의 고분군 가운데 금동관과 장식 환두대도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것은 조일리 지역이 갖는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울산대곡박물관은 서부 울산 지역사를 전시해 오면서 조일리 고분군을 조명해 볼 필요성을 느껴왔다. 그래서 특별 전시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의 협조로 유물을 대여하여 전시했다. 이 유물 가운데 몇 점은 울산박물관 개관 때 잠시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발굴된 지 20년 만에 처음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14년 전 필자는 울산시에 와서 울산박물관 건립사업 업무를 시작하면서 울산 지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했다. 전시와 학술 업무는 지역사 조사 연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울산대곡박물관에 와서도 이것은 계속되고 있다. 전시와 학술행사로 울산 지역사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일이 필자의 중요한 일이 됐다.

한 때 울산 지역사를 아주 낮게 보면서 필자를 향해 ‘향토사가’라고 비아냥거린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지방화 시대에 향토사(지역사)를 낮춰 볼 수 없다.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지역사를 체계화하고 이것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울산 지역사의 조사 연구와 다양한 특별전 기획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사 퍼즐을 맞춰가는 작업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1월7일 개막한 ‘조일리에서 만난 고대 울산인’ 특별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전시기간 동안 더 많은 분들이 전시실에 오셔서 조일리 유물이 알려주는 울산의 옛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이번 특별전이 울산 고대사와 유적·유물에 좀더 관심을 가져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전시기간은 내년 2월25일까지이다.

신형석 울산대곡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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