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스크린 복귀작
김무열·강하늘·문성근 출연

▲ 장항준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이 오는 29일 개봉한다.

형 유석(김무열 분)은 ‘엄친아’ 대학생이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밤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돌아오더니 사람이 변했다. 집을 떠나있던 기간의 기억을 잃었다고 한다. 동생 진석(강하늘)이 밤에 몰래 외출하는 형을 미행해봤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다. 동생이 보기에 이 사람은 진짜 형이 아니다.

반면 형이 본 동생은 이렇다. 신경쇠약에 걸린 삼수생인데 환각과 악몽에 시달린다. 밤새 옆에서 함께 잤는데도 형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약을 제때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은 형제의 불완전한 기억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유석과 진석의 생각을 각각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차례로 들이댄다. 관객은 자동반사적으로 형과 동생 중 한명을 의심하고, 다른 쪽은 믿으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뚜렷하진 않다. 아버지(문성근)와 어머니(나영희)마저 미심쩍은 말과 행동을 시작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진석은 가족 행세를 하는 이들에게 속고 있거나, 환각에 빠졌다. 이제 스스로도 기억을 믿지 못한다. 형제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실해진다.

영화는 막판 짜맞추기식 반전에 싫증 난 관객을 의식한 듯, 비교적 일찌감치 반전을 내놓는다. 역순으로 돌려보면 대단치 않은 식상한 반전이 아니다. 이야기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흐름이 뒤바뀐다.

지난 9월 입대한 강하늘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진석의 복잡한 내면을 정교하게 연기했다. 김무열 역시 ‘삐딱한 모범생’ 같은 외모를 밑천 삼아 선과 악을 번갈아 내보이는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 드라마 ‘싸인’(2011)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 1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고쳐 쓰며 공을 들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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