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 등 연상 지진 불안감 확산
정치인 등 과민반응도 공포확산 한몫
구조물 원리 이해하면 심리안정 도움

 

1980년대 초, 동경에 살던 약 4년간 수많은 지진을 경험했다. 잠 자다 침대에서 떨어진 일도 있고, 술 마시던 사람들이 넘어지고 테이블 위의 맥주잔이 모두 엎어져 깨진 일도 있고, 강의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흔들리다 천장에 부딪혀 박살난 일도 있다. 동경에서 50㎞도 더 떨어진 섬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동시에 지진도 발생하여 화산재가 동경시내를 완전히 덮어 종일 컴컴했던 적도 있었다. 놀랍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놀랐던 일은 강의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흔들려 깨질 정도의 강력한 지진인데도, 교수학생 모두 ‘흐음 지진이구나’ 하고 잠깐 얼굴을 서로 마주볼 뿐, 수업은 계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너무도 쿨(cool)한 일본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에서도 지진발생시 모든 방송이 이를 즉각 알린다. 낮은 목소리로. 예를 들면, 방송도중 ‘지진소식을 전합니다. 방재센터에 의하면 방금 12시24분 리히터(Richter)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앙지는 A현(縣) B시(市) 동남쪽 40㎞, 깊이 10㎞ 지점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쯔나미(津波)의 우려가 있습니다. 해변가 저지대 주민께서는 높은 곳으로 즉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각 지역별 쯔나미 도착예정시각입니다. C市 12시29분, D市 12시30분, E市 12시32분…입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한 각 지역별 진도(震度)는 다음과 같습니다. F市 4.2, G市 3.9, H市 3.7…입니다. 관련뉴스가 들어올 때까지 정규방송을 계속 합니다.’ 무지하게 쿨하다. 지진 대책 수준 세계 일등이라도 피해를 없앨 순 없다. 하루아침에 2만5000명이 죽거나 실종된 2011년 도호쿠(東北)대지진, 6400명이 사망한 1995년 코베(新戶)대지진 등 지진을 머리에 이고 있어도 어쨌든 늠름하게 살아간다.

며칠 전 발생했던 포항지진의 두려움이 가시질 않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전쟁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 같다’는 등, 방송이 국민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정부와 정치인들도 국민에게 안심을 주기는커녕 과잉반응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아무튼 지진도 태풍이나 수해와 같은 천재(天災)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진에 대해 유난히 공포를 느낀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진은 예고 없이 오기 때문이고, 둘째는 혹시 집이나 아파트가 무너져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둘째 이유가 더 직접적이다. 폭발 등 순간적인 사고는 공포를 느낄 시간조차 없는 반면, 지진에 의해 건물이 흔들리면 혹시 붕괴되는 것 아닐까하는 짧지 않은 공포의 시간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 죽는 건가?’인 것이다.

이러한 공포로부터 탈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방법은 심리요법이다. ‘아~ 오늘은 안마의자가 심하게 작동하네’하고 느끼고자하면 될 것이로되 불행히도 이 분야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두 번째 방법은 구조물에 관한 과학이론을 이해하고 신뢰를 갖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 4번째 옥타브의 ‘라’건반을 톡 치면 이 건반의 줄은 스스로 1초에 440번 진동한다(440㎐). 이 440이 이 줄의 고유진동수이다. 이 고유진동수와 비슷한 진동수를 갖는 외력을 만나면 공진(resonance)이 발생하여 그 물체의 진동 폭이 갑자기 커지게 된다. 즉 피아노 ‘라’ 건반을 1초에 440번 두드린다면 이 줄은 진동진폭이 커져 끊어질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손가락이 빠른 사람은 없다. 지진의 진동수는 대략 2~15㎐로 알려져 있다. 건물의 고유진동수가 이 영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떨어져 있을수록 안전함은 물론이다.

건물의 재질이나 형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층 건물의 횡진동 고유진동수는 대략 0.5㎐이고, 더 높은 건물은 고유진동수가 더 작아지며, 낮은 건물은 다소 커진다. 따라서 공진관점에서 보면, 대체로 중·고층 아파트의 고유진동수는 일반지진의 진동수영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진을 일으켜 부러진다든지 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 건물에 생긴 국부적 균열이 전파되어 문제를 야기할 수는 있을지언정.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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