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맞는 콘텐츠 제공
‘찾아가는 교육’ 인프라 구축

▲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로마의 정치가 카토가 80세가 되었을 때 일이다. 그는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친구들은 그를 조롱하듯 말했다. “아니, 그 나이에 왜 그렇게 어려운 그리스어를 배우나?” 그러자 카토가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오늘이 내게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네.”

익히 많이 들어오던 일화다. 하지만 익숙한 것 일수록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많이 있고, 공부가 그렇다. 어릴 때 가장 듣기 싫었던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이제 부모가 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왜 이렇게 교육에 힘을 쏟는 것일까? 평생학습도시 선언 10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얼마전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보다 더 진화된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다. 아직은 인간이 이길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달리 기계는 섬세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제는 인간의 고유영역이었던 창의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대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싱가포르에 있는 평생학습원 LLI(Lifelong Learing Institution) 벽면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The adventure of Life is to Learn.’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로 한국처럼 자원이 아닌 인적자본과 물류의 요충지로 성장한 나라다. 그렇기에 이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미래는 학습으로 채워진다’는 소중한 나침반을 제공해 준다.

평생학습도시 중구는 10년간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왔을까? 우선 배움의 장소가 필요한 곳을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무엇이든 배우고자 열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 교육을 실시하는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해왔다. 부지런히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자. 교육이라는 분야는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작지만 강한 나라인 싱가포르는 일찍이 평생학습 차원에서 4차 산업을 대비해 왔고 국민의 수요에 따라 코딩교육, 드론교육, 3D 프린팅 교육 등을 보편적으로 도입해 스마트한 국민을 양성하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드론을 이용해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3D 프린트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게 와 닿는다. 행정기관이라는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에 발맞출 콘텐츠를 제공할 것, 그리고 학습자에게 이미 가진 지식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우리 중구가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의 일화를 소개함으로써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존 듀이는 92세에 사망했는데, 직전까지 활발한 연구활동을 했다. 그의 90세 생일을 맞이해 이제 그만 편히 쉬시라는 제자들의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또 다른 정상이 보인다네. 만일 바라볼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감사하게도 내 눈앞에는 끝없는 산봉우리가 펼쳐져 있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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