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조사연구를 추진한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반구대암각화보존을 위한 관계기관협의회에서 울산시가 주장하는 생태제방안에 대해서도 재검토해보자는 의견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10억원을 들여 앞으로 1년여에 걸쳐 종합학술조사, 연구 객관성 확보, 중장기 보존관리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암각화 주위로 제방을 축조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고 사연댐의 수위를 정상화함으로써 울산의 식수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 생태제방 축조안이다. 그동안 생태제방축조에 대해 ‘불가’ 입장을 견지해왔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입장이 바뀔는지 의문이다. 이번 연구의 관심사는 제방이 암각화 바위벽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가 제방축조를 반대한 이유는 제방이 암각화에 미칠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숨은 뜻을 살펴보면 암각화 주변 환경의 변화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이번 연구결과가 그다지 유용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사실상 울산시민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한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사연댐 물을 포기하고 ‘녹조라떼’인 낙동강물로 식수를 대체할 수는 없기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정부가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대책을 세워준다면 제방을 건설하자고 할 이유가 없다. 울산시민들은 십수년전부터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울산의 물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춘데다 가뭄이 겹치면서 울산에는 식수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식수 전량을 낙동강물을 사다먹는데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낙동강물의 수질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건만 운문댐 물을 울산에 제공하자는 방안은 도대체 진척이 없다. 대구·경북권 낙동강취수원을 구미상류로 옮기면 운문댐의 남는 물을 울산에 줄 수도 있는데 그게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울산의 처지가 마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게으름뱅이처럼 한심하고도 답답하다.

생태제방안에 대한 연구조사 기간은 1년이다. 1년을 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가변형물막이댐’ 처럼 공연히 시간과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생태제방안 검증과 별도로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방안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암각화 보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울산시민들의 식수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맑은 물을 먹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식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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