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홍보하는 울산관광은
실제 여행객이 느끼는 울산과 격차
외지인들의 관점에서 재점검 해봐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울산 방문의 해’가 저물어 간다. 울산시는 진즉에 목표 방문객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들이 모두 순수 여행객인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국내여행지에 울산이라는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올해 방문객이 늘었던 건 자치단체와 호텔의 지원 덕택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 같은 특수상황은 곧 종료된다. 모든 요금이 원상복귀되는 내년에도 과연 울산관광이 계속될지 걱정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냉정한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올 한해 울산에 여행객 1만명을 데리고 왔던 서울의 한 여행사 10년차 가이드 ‘아름씨’(별명)의 말을 들어보자. “십리대숲은 울산에 들어가면서 들렀다 가는 곳으로 시작했다. 의외로 담양 죽녹원 보다 좋다고들 한다. 저녁식사는 일산해수욕장에서 자유식을 한다. 음식점과 카페 등이 많고 바닷가라 분위기도 좋은데 울산만의 특색과 전통이 있는 음식을 찾기는 어렵다. 현대호텔에 숙박하고 오전에 대왕암을 가면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2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면 대체로 30분씩 초과하기 십상이다. 특히 바다 색깔이 감동적이다. 다음 코스는 간절곶이다. 1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면 30분 안에 돌아온다.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걸맞은 볼거리가 없어 다들 시큰둥하다. 어른들에게 우체통은 매력이 없다. 점심은 진하해수욕장에서 생선구이를 먹는다. 특별히 먹을 만한 게 없다. 그밖에 울산의 관광지로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는 옹기마을을 꼽을 수 있다. ‘내 나라 여행 박람회’에서 울산관 앞에 줄이 늘어서는데 그 이유는 옹기체험 때문이다. 옹기마을에 체험을 활성화하고 작은 옹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면 가볼만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거리가 멀어 피하게 된다. 자수정 동굴은 여행사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울산시는 울산대공원을 추천하지만 사실 동네사람들 마실 장소이지 관광지로는 특별한 매력이 없다.” 아름씨의 말을 분석하면 대왕암공원과 십리대숲, 2곳 덕택에 울산 여행 상품이 가능한 셈이다.

울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아름씨의 조언도 들어보자. 우선 ‘잘 자고 잘 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요즘 여행의 유행을 한마디로 하면 ‘욜로’(You Only Live Once)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패턴을 말하는 욜로가 여행에서는 ‘잘 먹고 잘 자자’로 나타난다. 인문학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알쓸신잡’의 여파다. 울산은 욜로족에겐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외지에 알려진 이름난 음식은 언양불고기 뿐이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숙박지도 다양하지 못하다. 고급 휴양지 분위기의 호텔도 더 필요하고 경관 좋은 곳에 비즈니스 호텔도 있어야 한다.

두번째 조언은 여행코스에 관한 문제다. 우선 각 여행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코스 짜기가 어렵다. 십리대숲, 대왕암, 간절곶, 고래마을, 암각화 어느 하나 인접한 곳이 없다. 차로 1시간 가까이 달려가서 한 곳을 봐야 한다. 그런데 그 곳이 여행객들 기대에 못 미치면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중간지점에 들를 만한 곳을 만들어 완충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울산시가 밀고 있는 ‘고래’는 여행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고래마을 등 고래 관련 장소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나마 기대를 갖는 건 고래바다여행선이지만 고래를 볼 가능성이 너무 낮다. 컴플레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사로선 ‘고래’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또다른 문제점은 기초단체별로 제각각 관광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지리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준다. 동선짜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울산시 차원의 홍보 일원화가 필요하다.

울산방문의 해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관광도시 울산’을 위한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외지인의 시선으로 울산관광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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