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 축소·분변이 흐른 상태…신경작용제 노출때 증상”

▲ 2001년 5월 4일 일본 나리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의 모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은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였다는 부검의 증언이 나왔다.

2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HKL) 소속 부검의인 누를리자 압둘라(52·여) 박사는 전날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김정남 암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그는 김정남의 시신을 봤을 당시 동공이 축소되고 분변이 흘러나온 상태였다면서 “통상적으로 농약이나 신경작용제, 이번 사례의 경우처럼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되면 본인도 모르게 분변이 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VX 신경작용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 효소의 혈중 농도를 급감시켜 근육 마비를 초래하는데 이로 인해 신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부검 당시 김정남의 장기는 외견상 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다면서 “VX 중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필수적이었기에 화학청으로 샘플을 넘겼다”고 누를리자 박사는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화학청 산하 화학무기분석센터의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김정남의 안구와 혈장에서 순수한 VX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남의 얼굴 피부에서 검출된 VX 신경작용제의 농도는 체중 1㎏당 0.2㎎ 수준으로 치사량의 1.4배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 2월 15일 김정남의 시신이 부검되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HKL)에 모습을 드러낸 김유성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영사부장 겸 참사.

이날 법정에는 김정남 사망 당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근무했던 경찰관도 출석해 북한 측에 관련 소식을 전했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샴술 바흐린 압둘라 순경은 김정남이 피살된 올해 2월 13일 오후 4시 50분(현지시간)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김철’(김정남의 여권상 이름)이란 이름의 북한 여권 소지자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의 전화를 받은 인물은 김유성 북한대사관 영사부장 겸 참사였다.

샴술 순경은 “사망자의 여권 번호를 불러주고 푸트라자야 병원 법의학부로 대리인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 없이 ‘고맙다’고만 말한 채 전화를 끊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 수사관들에게서 사망자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형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김 영사부장으로부터 시신의 위치와 부검 날짜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샤알람 고등법원은 28일 오전부터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에 대한 재판을 속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두 여성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을 살해하게 한 북한인들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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