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침실은 향나무로 만든 고급 침대가 갖춰져 있는데다 가야천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수경이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를 베개에 묻은 채 박지에게 말했다.

“집사는 칭송이 자자한 현모양처가 있는 데도 왜 나에게 그리도 집착하세요?”

박지의 아내는 고구려의 귀족 가문인 해씨 성을 가진 자로 소수림왕 이후 가문이 기울어져 남으로 내려와 성산가야에 살다가 박지를 만나 결혼했다. 해씨부인은 용모가 단정하고 교양이 높은 데다 딸들을 음전하게 잘 양육하고 칠뜨기 같은 막내아들 구야도 문무를 겸비한 청년으로 잘 길러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다.

박지는 뒤에서 움직이며 말했다.

“수경부인, 가계야치라는 말을 아오?”

“금시초문이군요.”

“집에서 키우는 닭보다 들에 있는 꿩을 탐낸다는 뜻이오. 남자들이란 본처보다 첩과 기를 더 찾는 법이오.”

“남자라는 두꺼운 갑옷 밑으로 숨지 마세요. 내 남편은 오직 나밖에 모른단 말이에요.”

수경은 오로지 자기만 바라보는 우직한 후누 장군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대는 열두 가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오. 게다가 사람 잡을 색기가 줄줄 흘러내리지. 그대나 나나 같은 한 지아비 지어미로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지.”

“난 그래도 젊지만, 탐욕스런 늙은이 같으니라고, 하하하.”

몇 차례 체위이동과 교합이 이루어지고 미약의 약효로 박지의 정신이 흐물흐물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박지의 힘은 더욱 거세어지고 오히려 수경이 미약을 먹은 듯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듯했다.

박지의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했다.

‘수경부인, 나를 그렇게 만만하게 봤나?’

수경의 눈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늙은 박지 대신 잘 생기고 근육이 발달한 키 큰 젊은 역사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과 각진 얼굴, 두꺼운 가슴근육과 길고도 두터운 허벅지, 큰손과 왕발. 무엇보다도 산처럼 크게 이립한 대근과 왕방울만한 부알, 탄탄한 허벅지와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아, 이게 뭐지? 박지가 역사로 변신을 한 것일까?’

그녀의 알몸에서 도발적인 냄새의 체향이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는 뱀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역사는 침대에서 수경을 안아 올렸다. 수경이 팔로 우뚝 서 있는 역사의 목을 감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교합했다. 역사가 수경의 암팡진 엉덩이를 잡고 들썩이자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지금의 경북 성주지방.

가계야치(家鷄野雉). 집의 닭보다 들의 꿩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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