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홍 진영, 홍준표 막말·사당화 논란 비판…비홍 결집 분석도
洪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 아무 말 못 하더니 참으로 가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12일에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홍준표 대표와 ‘비홍’(비홍준표) 성향의 원내대표 후보들이 물고 물리는 비난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는 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페이스북을 통한 막말 논란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홍 성향의 의원들이 뭉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싸움은 원내대표 후보들이 홍 대표에 대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시작됐다.

중립지대를 표방하며 경선에 출마한 한선교 의원은 28일 출마선언문을 통해 “모른 척하고 넘기기에는 홍 대표의 언사가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바퀴벌레로 시작해 암 덩어리, 고름이란 막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홍 대표를 맹비난했다.

원내대표 후보군인 나경원 의원도 홍 대표에 대한 공격에 가세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는 선거 초반부터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며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대표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더니만 홍준표 5개월을 사당화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라며 “당이 수렁에 빠질 때는 숨어 있다가 수렁에서 건져내니 이제 나타나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당 대표를 욕하면 의원들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경선은) 탤런트 경연대회가 아니다”면서 “(새 원내대표는) 좌파에 맞서 보수우파를 재건하는데 당 대표를 도와 같이 투쟁해야 할 원내대표”라고 밝혔다.

이번 싸움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장 수석대변인이 ‘홍 대표가 수석대변인까지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로 임명했다’는 한선교 의원의 언급에 발끈하며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며 수석대변인직 사퇴를 선언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비전과 정책은 오간 데 없고 또다시 편을 나눠 반사이익으로 원내대표가 되겠다는 얄팍한 출마의 변을 들으니 4선 의원의 출사표인지 귀를 의심했다”고 날을 세웠다.

당내 갈등은 29일 더욱 격화됐다.

장 수석대변인이 한 의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경선에 나설 이주영 의원이 자신을 겨냥한 홍 대표의 전날 페이스북 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먼저 장 수석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제1야당의 원내대표 자리가 못 먹을 감 찔러나 보는 식으로 출마할 수 있는 자리인가”라며 “정치판에 들어와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스캔들이나 일으키며 허송세월을 보내더니 이제는 심심했나 보다”며 한 의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가 뛴다는 옛 속담이 딱 어울리는 기자회견 잘 봤다”며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도 구하지 못하고 나 홀로 출마선언 하는 용기에 동정은 보내드린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주영 의원은 홍 대표를 겨냥, “개인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라도 있냐”며 “원내대표 경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견제용이냐, 대표의 이런 가벼운 처신이 당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격했다.

이 의원은 “요즘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 걱정하는 당원들이 많다”며 “특히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들은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과거 자신의 이름을 개명한 사연을 소개하면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이 자기가 내 이름을 개명해주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이 의원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 측 이종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지켜야 할 때 납작 엎드려 바퀴벌레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이 있어 바퀴벌레 같다 하고 우파 정당을 망하게 한 암적 존재들이 있어 암 덩어리라 하는 대표의 정치적 수사를 막말이라 대드는 분들은 그게 자신들을 겨냥한 것 같아 아프신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총구를 당 살리려 발버둥 치는 대표에게 겨누지 말고 나라 망치려 작심한 좌파정권과 좀 싸워보라”고 말했다.

홍 대표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친박을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는 갈라파고스 친박’이라고 칭하며 “도대체 당내 친홍파가 어디있는가. 지금 홍 대표 주위에는 공식적인 당직자 뿐이고, 한국당에서 수십 명의 의원을 거느린 계파는 친박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우파 몰락에 대해 석고대죄해야 할 친박들이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피아구분도 못한 채 또다시 내부총질만 하고 있으니 정말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앞장선 데 대해서는 “본인에게 쏟아질 모든 정치적 비난을 무릅쓰고 대신 나서서 출당 결정을 감행한 홍 대표에게 엎드려 감사해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의 막말이 당내 논란이 되자 이날 오전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 때 홍 대표의 ‘막말 논란’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홍 대표는 “언론에서 나에 대한 공격이 들어올 때 방어를 못하면 지는 싸움이 되는 게 아니냐”라는 취지로 의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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