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75일만에 ICBM 발사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양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관계 국면전환에 찬물
美 본토위협 강경대응 예상
北 추가도발로 제재 맞설듯
‘강대강’ 대치 가능성 커져
文-트럼프 전화로 공조협의

북한이 29일 새벽 75일간의 도발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에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전략적으로 예견된 도발”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물밑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던 관련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는 동안 그것이 협상으로의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적 행보인지, 다음 단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술적 준비 차원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번 도발은 후자 쪽의 관측이 옳았음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미사일 제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는 역량 확보 과정의 일환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만큼 미국의 강경한 대응이 예상된다.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쓴 미국은 이번 발사를 계기로 제재·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제재 움직임에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커 보여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할 때까지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과 관련한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북한이 스퍼트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날 탄도미사일은 최대고도 4500㎞로 960㎞를 비행했다. 기존 화성 14형보다 최대 고도와 속도가 높다는 점에서 개량한 ICBM급일 가능성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CBM급이긴 한데 분명히 (기술이) 진전됐고, 세 차례 걸친 ICBM급 중 가장 진전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발사 배경에 대해 “미국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중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공조방안을 협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2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이전보다 성능이 개량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결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또 북한의 도발 직후 우리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지대지·함대지·공대지 미사일 3기를 동시에 발사해 동일한 지점을 비슷한 시간에 타격함으로써 도발 원점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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