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도시 울산, 10월 최악의 성적표
일자리 없어 쇠락하는 도시로 전락
기업환경 개선·신산업 유치 나서야

▲ 김창식 경제부장

‘수출도시 울산’이 10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1년까지 부동의 전국 1위를 고수해오던 울산 수출은 최근 수년간 경기, 충남에 밀린데 이어 올들어서는 경남, 서울에까지 추월당해 급기야 5위로 밀려났다. 월간 단위로 경남에 수출 4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5위 추락은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10월 전국 수출총액이 7.1% 증가한데도 불구, 울산만 20% 이상의 나홀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10월 초 황금연휴로 조업일수(2016년 22.5일→18일)가 줄어든 것은 전국적인 공통분모이고 보면, 수출도시 울산의 쇠락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울산은 수출의존도(수출액/GRDP)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도시다. 울산의 수출의존도는 2008년 165.8%, 2014년 139.9%로 여전히 전국평균(50% 이하) 보다 월등히 높다. 제조업 일자리 중 수출에 의한 일자리 비중(64.1%)도, 지역수출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87.1%)도 역시 전국 1위다. 오로지 대기업과 제조업 수출로 먹고 사는 곳이 울산이다.

3대 주력산업(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이 휘청거리면 지역경제는 몸살을 앓는다. 이미 울산은 부자도시의 대열에도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울산의 1인당 GRDP(지역총생산액)은 6110만원으로 17개 시·도에서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가보면 기초자치단체인 충남 아산과 경기 화성에 최고 부자도시의 영예는 내줬다.

아산과 화성의 1인당 GRDP는 8455만원과 7376만원으로 울산을 크게 앞질렀다. 화성과 아산은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가 이미 2년 전에 2025년 세계 7대 부자도시 4위와 5위로 포함시킨 곳이다.

연쇄살인으로 악명을 떨치던 화성과 ‘한물간 온천도시’ 아산이 젊은 인구로 흥청거리는 부자도시로 탈바꿈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두 도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유치에서 지역성장의 해답을 찾았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대기업 공장유치로 단숨에 ‘글로벌 강소도시’로 부활했다. 기업이 지난 50년 울산을 부자도시로 변모시킨 성장스토리를 그대로 재연한 셈이다.

화성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아차 공장, 현대차 연구소 등이, 아산은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유치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는 급증했다. 두 도시 모두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지역경제를 살려내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화성과 아산이 일자리를 매개로 인구를 흡수, 성장하는 도시라면 울산은 일자리가 없어 쇠락하는 도시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조선 등 주력제조업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뒷걸음질치면서 울산은 23개월 연속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다. 2015년 12월부터 시작해 10월말까지 23개월 연속 2만여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최근 유출 규모가 둔화되긴 했지만, ‘탈울산 행렬’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울산의 쇠락에는 50년 고도성장을 구가한 주력 제조업의 성장성 둔화 요인도 있지만, 고질적인 노사갈등과 생산성 저하, 신 성장산업 육성 부재, 기업 연구소와 기업 자본의 해외 이탈 등의 도시의 위기관리능력과 미래준비 부족이 작금의 위험을 불러왔음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 됐다.

기업은 지역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울산이 도시의 쇠퇴, 정체를 막고 옛 영화를 되찾으려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궁리만 하고, 근로자들이 계속 빠져나간다면 울산은 종말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울산이 일하기 좋은 기업도시로 다시 부활하려면 기업유치 환경을 개선하고, 신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4차 혁명시대를 맞아 울산의 신산업(로봇·바이오헬스·에너지소비재·에너지신산업·첨단신소재 등) 수출은 전국 13위로 하위권이다. 전통 제조업은 ‘퍼펙트 스톰의 위기’, 미래 신산업 ‘부재’속에 산업수도 울산의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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