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선 울주군의회 원전특별위원장

일부 사람들에게 지진은 이웃나라 일본의 걱정거리 정도였다. 적어도 지난해 9월 경주지진이나 며칠 전 발생한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말이다.

지난해 경주지진,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땅울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밀 듯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시민들의 창백해진 얼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난주 발생한 포항 지진 당시에는 행정사무감사 중이었다. 필자의 질의 중 회의실 전체를 흔든 진동은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청사내 대피방송에 따라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두 번의 강진을 겪고 나니 이제는 긴급재난문자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처럼 필자뿐만 아니라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지진을 대하는 공포감은 남다르다. 바로 원전 때문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본 만큼 자연스레 지진과 원전을 묶어 생각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지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든 없든 중요치 않다.

특히 울산은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하고도 13기의 가동원전으로 둘러싸여 있다. 고리와 월성원전의 방사능비상계획구역 30㎞ 안에 인구 94%가 거주하는 세계최대 원전밀집구역이기에 지진 발생에 따른 걱정은 더 크다.

울산 인근 단층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강진이 그 주변에 밀집한 원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불안감은 포항지진을 계기로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3개월이라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건설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가 재개 됐지만, 경주지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탈원전 정책에는 분명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진 발생하기 며칠 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 전반을 확인하고, 안전한 원전 건설을 당부하기 위해 동료의원들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담당하는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했다. 본부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도 당연히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원전건설이 화두였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안전성은 수차례 방문을 통해 확인했지만, 지은지 오래된 기존 원전의 안전성과 다수호기 밀집지역이라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쉽게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최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를 계기로 한수원측은 원전 안전건설·운영대책을 발표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안전 핵심 설비의 내진 성능을 규모 7.0에서 규모 7.4로 상향 △가동중인 원전 24기의 내진 성능 역시 7.0으로 강화 △다수호기 안전성 평기 기술 선제적 개발 및 국내 원전 적용 △원전 인근에 복합재난 대응센터 건립 △원전 정보제공 기구신설 등 3개 방향 16개 과제다. 과제의 핵심은 지진과 다수호기 안정성 강화다.

대책 발표 후 얼마되지 않아 포항에서 강진이 다시 일어나며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는 만큼, 한수원은 이 같은 대책 시행에 더욱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다.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 향상과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함은 물론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도 안전한 원전이 될 수 있도록 건설과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원전 사고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진 울산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울산지역에 복합재난대응센터에 준한 방사능방제센터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원전이 밀집한 한반도 동남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진이 우리에게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원전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우려 표명이 있을 때, 원전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울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선 울주군의회 원전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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