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여옥과 근대가 만난 그날 밤은 비가 억수처럼 내렸다. 마치 어두운 하늘과 어둑신한 땅이 맞붙어 맷돌질을 하는 듯 빗소리가 요란했다. 천둥과 번개에 우마가 놀라 뛰고 떨어지는 벼락에 산과 궁궐이 흔들렸다. 여옥은 대비전에서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장대비가 내리고 징그러운 개구리 두꺼비 구렁이들이 어라궁으로 몰려와 여옥을 쫓아왔다. 그녀는 대비전 침실로 도망을 갔는데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그녀를 따라 들어와 몸을 친친 감아 조였다.

‘으으으…….’

가위에 눌린 그녀는 옴쭉달싹을 하지 못한 채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대비전 주위를 서성거리던 근대는 대비의 신음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침전으로 들어갔다. 가위에 눌려 마비가 되고 호흡이 곤란한 그녀의 몸을 근대가 팔, 다리, 가슴을 주물러 풀어주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여옥은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근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근대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며 말했다.

“내시, 이게 무슨 짓인가!”

“대비마마께서 지독한 악몽을 꾸시며 소리를 질러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감히 나의 몸을 떡 반죽 주무르듯 하다니!”

“가위에 눌려 마비가 된 몸은 당장 풀지 않으면 위험해, 소인이 실례를 무릅쓰고 응급처치를 한 것입니다.”

“고맙긴 하네. 하지만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한 처벌은 면치 못할 것이야.”

“각오는 하고 침전에 들어왔습니다.”

헌데 그녀의 눈에 근대의 아랫도리가 거대한 산처럼 불룩하게 솟아올라와 있는 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고의에 커다란 표주박을 세워 넣은 듯 불룩했다. 그녀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아직도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대체 뭔가?”

가운데 불룩한 것은 근대가 여옥의 몽실한 가슴을 주무르면서 고의 안에 있는 대근이 벌떡 살아난 것이다.

“민망하여 차마 말씀을 …….”

근대는 말을 멈추고 일어서더니 고의를 훌렁 벗어 던졌다.

여옥은 갑자기 눈앞에 크게 이립한 마근과 같은 양물과 왕방울만한 고환이 나타나 덜렁거리는 것을 보고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본 구렁이만큼이나 징그러운 물건을 보고 입을 벌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소리가 나오기 직전 근대가 손으로 여옥의 입을 틀어막았다. 근대는 마치 거대한 검독수리가 쏜살같이 흰 토끼를 덮치듯 여옥을 덮쳤다.

 

우리말 어원연구

문. 【S】gati. 【E】gate. ‘문’은 한자이며 우리 전통토속어는 ‘가띠’ ‘가떼’로 실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강상원의 실담어주석 중에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