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아, 안 돼!’

여옥은 몸을 웅크린 채 여린 신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근대는 분출하는 욕정을 이기지 못 하고 억센 손과 거친 혀로 여옥의 알몸을 다뤘다.

근대는 박지가 자신을 궁형을 가하지 않고 대비전의 내시로 넣은 뜻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정잡배인 근대는 여옥의 위엄과 명성에 눌려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는 한 때 열두 가야를 호령했던 회령왕의 왕비이자 천하를 호령하는 광개토대왕의 소후였고 무엇보다 현재 대가야 하지왕의 섭정으로 살아 있는 권력인 것이다.

박지는 자신 없어 하는 근대에게 말했다.

“내가 네 놈을 발탁한 이유를 아는가?”

“제 물건이 크기 때문이 아닙니까?”

“아니다. 그 정도 물건은 너 말고도 더러 있다.”

“그럼 제가 젊고 잘 생겼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아니다. 네 정도의 나이와 용모는 우리 대가야에서도 차고 넘친다.”

“그럼 무엇 때문에 고구려까지 사람을 보내 저를 이곳에 데려왔습니까?”

“네 놈이 천박한 시정잡배임에도 불구하고 신라 왕녀를 건드릴 만큼 대담했기 때문이다.”

“… …”

“기회를 봐서 여옥을 손아귀에 넣어라. 여옥은 대비마마가 아니라 남자를 그리워하는 일개 과부이자 먹잇감에 불과하다. 침실 밖에서는 극한 공대와 존중으로 대하되 침실 안에서는 유곽에서 몸을 파는 여인처럼 다루어라, 알겠느냐?”

“… …예.”

“그리고 내게는?”

“오로지 충성입니다.”

“나는 언제든지 너를 까발려 궁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대는 대가야의 박지 집사가 교활하고 노회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서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옥의 알몸 앞에서 그동안 내시로서 억제한 성욕과 절제한 동작이 대비의 침실에서 통제를 잃어버리자 엄청난 파괴력으로 나타났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작은 갯바위 같이 앙증맞은 그녀의 엉덩이 뒤를 들이쳤다. 뒤에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여옥은 모든 감각이 정지되고 호흡이 멎는 듯했다.

“으음.”

여옥은 혀를 사려 물고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 돌아보았다. 근대는 여옥의 눈을 감당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근대는 대비 여옥과 방사를 치르면서 극도의 긴장과 쾌감, 두려움과 황홀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말 어원연구

충성. 【S】ciyuing(시유잉). 【E】loyalty. 강상원 박사는 한자도 실담어(산스크리어 전의 우리말)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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