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행정기관을 취재하다보면 민원인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가 있다. “공무원들이 너무 수동적으로 대응한다.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를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엄격하게는 법과 지침, 규정을 어길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민원인들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A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A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6년 모친이 가출하고, 2007년에는 부친마저 사망해 2008년부터 가정위탁아동 보호조치를 받았다. 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양육보조비는 월 15만원. 그러던 중 A학생은 지난해 성인이 되면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진학한 학교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2학기 휴학을 했고, 다른 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재입학했다.

문제는 A학생이 ‘학교를 옮기기 위해’ 휴학을 한 것.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가정위탁 보호조치 중인 아동은 대학교 재학기간 중에서는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휴학할 경우 보호조치 종료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지침중에는 ‘질병, 사고로 인한 휴학을 제외하고 단순휴학은 종료 사유’라는 문구가 있다.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A학생의 휴학은 질병, 사고로 인한 휴학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휴학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했다. 하지만 고충민원 처리와 이와 관련된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국민권익위원회는 A학생의 휴학을 단순휴학으로 보지 않았다. 사유를 살펴보니 A학생은 현재 대학교 재학중에 있는 점, 적성에 맞는 대학에 재입학하기 위해 휴학한 점, 그리고 경제적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는 가정상황,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는 점 등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울주군에 보호조치 종료 처분 취소와 보건복지부에 지침 문구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해 안타까웠다. 정부나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A학생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봤더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A학생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현실에 맞는 지침 개정 역시 시급해 보인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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