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여옥은 그동안 대왕들의 품속에서 진정한 교합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여옥은 근대의 품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난 왜 이 남자의 품속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과거 왕들은 그저 권위와 권력의 힘으로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회령대왕은 여옥을 사랑했다기보다 태풍처럼 다가와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가버렸다. 마지막 참수를 당하는 순간에도, 끝내 그녀와 뱃속아기의 목숨을 구하기보다 광개토대왕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참으로 명예롭고도 어리석은 기개를 택했다.

광개토대왕은 자신을 태후보다도 사랑하고 아낀 건 사실이지만, 돌이켜보면 전략적인 전리품으로 생각했다. 그 때문에 가야에서 왕비로 두지 않고 뱃속 아이를 죽이게 하고 고구려로 끌어올렸다. 항상 자신의 아들이자 미래의 고구려인 태자 거련을 생각하며, 고구려와 가야 사이에서 정략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 태왕은 생살여탈권을 쥐고 여옥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 대가를 복종으로 거둬들이며 즐기는 자였다.

무엇보다 회령대왕과 광개토태왕은 모두 아름답고 색기가 넘치는 비빈과 처첩을 수없이 거느리고 있으면서 자신을 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대는 내시이긴 하지만 해바라기처럼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다. 준수한 얼굴과 건장한 체격, 탄탄한 복근과 길고 매끈한 다리, 잘생긴 엉덩이와 크고 단단한 양물. 단지 미천한 출신이라 점 외에는 오히려 대왕들보다 뛰어난 것이다.

그녀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겪어보는 남자의 품속에서 생각했다.

‘남자의 알몸과 양물에 무슨 상하귀천이 있고, 골품이 있겠는가. 어차피 이 남자를 겪었으니 가까이 두고 지낼 수밖에 없겠구나.’

여옥이 근대에게 말했다.

“멋있게 생겼어.”

“무엇이 멋있다는 겁니까?”

그녀는 근대의 양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것이.”

“손이 비단처럼 부드럽습니다.”

그녀가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근이 더욱 크고 탱탱해졌다.

“넌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넌 이것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겠니?”

“이미 각오는 하고 들어왔습니다.”

“넌 나를 유곽의 유녀 다루듯 한다면 죽을 것이야. 이제부터 무엇이든 내 명령에만 따라야 해. 그럼 이것 위에 함 올라가 볼까.”

근대는 그녀 앞에서 어떠한 거역도 할 수 없는 심리적 무방비, 복종 상태에서 거대한 양물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과 결합한 근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비단 【S】vidana(비다나), 【E】silk. 비단은 한자이지만 순우리말인 비단 ‘깁’의 산스크리트어는 ‘giveya(기베야)’이다. ‘giveya’에는 깁(giv)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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