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국내 정착한 탈북민의 수가 3만명을 넘었고, 현재 울산에는 약 600명 정도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서의 삶, 탈북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정착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정착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북민들의 어려움 중에서 최근 자녀의 학업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3국인 중국에서 출생한 자녀들이 많아서, 한국어보다 중국어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정착하면서 자녀가 희망하는 학교에 지원하더라도 한국어보다 중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수학능력이 부족해서 탈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 진학은 고사하고 한글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것도 아니어서,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삶과 탈북과정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업 수준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반 학교나 인문계 고등학교의 진학이 어렵다.

통일부 하나원을 수료하고 울산에 전입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정착을 위해서 정부로부터 임대아파트를 제공받고 있지만, 꼭 필요한 생필품은 대부분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TV는 탈북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전달원이자 교육의 수단이다. 낯선 장소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하는 마당에 TV조차 없는 빈집에서 생활하는 딱한 사정을 알게 되어 지난 해 말부터 울산에 전입하는 가구에 TV와 기초 생필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난 1년간 울산에 전입하는 탈북민 가정에 전달한 TV의 수가 40대를 넘었다.

사실 탈북민에게 있어서 가족 구성원의 힘은 많이 부족하다. 어려울 때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가족의 지지가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격려가 너무도 필요하다. 우리가 탈북민에게 먼저 다가가고 관심을 가진다면, 그들도 대한민국 민주시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자유를 탈북민들은 목숨을 내걸고 힘들게 얻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 목숨을 걸고 압록강, 군사분계선, 바다를 통해서 북한을 탈출하는 동포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 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쏟아지는 총알을 맞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한 북한군인를 보면서, 국민 모두가 안타까움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생생하게 실감했다. 힘들게 얻은 자유가 소중하기에, 자신이 노력하면 정당한 대가와 보수가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울산에 정착한 탈북민 중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되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 우연히 그 탈북민의 어려움을 알게 되어서 일자리를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다행히 남구청의 도움으로 시설관리 자리에 어렵게나마 취업을 시킬 수 있었다.

탈북민들 정착은 개인, 단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역사회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될 것이다. 준비된 통일은 혼란과 갈등을 없애고, 경험을 통해서 비용도 줄이게 된다. 탈북민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일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고 또 누군가 해야 될 일이다.

지금의 탈북민 정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 우리는 탈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90년대부터 정착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매뉴얼을 작성해, 지역사회에서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 관리하는 부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통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고, 현재진행형이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통일이 멀어지진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쉽게 만날 수 있는 탈북민들 정착이 가까워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탈북민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들은 남북한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은 물론이고,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에서 같이 노력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당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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