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근대는 섭정 대비의 동거남이 되어 모든 정보를 박지에게 전달하는 궁내 세작 역할을 했다. 박지가 수경의 반부패 사정에 대비할 수 있었던 것도 근대가 정보를 박지에게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경이 미약으로 덫을 놓았으나 박지가 술잔을 바꿔치기해 오히려 그녀 자신이 미약의 덫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근대는 박지로부터 인수받은 수경의 알몸을 마음껏 농락했다. 근대의 대근이 옥문을 드나들 때마다 아궁이에서 풀무질한 쇠몽둥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거구의 근대는 여옥의 아담한 엉덩이에 마근과 같은 거대한 양물을 이입시켰다. 고통으로 수경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근대가 후배위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자 수달과 같이 작은 수경의 몸은 반쯤 허공에 뜬 채로 달달거리고 있었다. 근대는 먹잇감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두 손아귀로 작은 엉덩이를 꽉 움켜진 채 쇠망치로 옥문을 사납게 두들겨댔다. 그는 쇠망치로 두들기고 늘이고 접고 하는 단조 과정을 반복했고, 철썩철썩 떡메로 떡판을 내리쳐 그녀의 몸을 떡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산채로 송곳에 꿰인 애벌레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근대는 마지막으로 파정하면서 그녀의 맑은 우물에 탁한 물을 세차게 쏟아 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박지의 벗은 몸이 그녀의 눈앞에 다시 일렁거렸다.

‘아,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속에서 꿈을 꾸는 것일 거야.’

그녀는 이 수치스런 고통을 잊고 죽고 싶었지만 죽을래도 죽을 수 없었다. 그녀는 최후의 방어수단인 간자(기절)를 택했다. 그녀는 엄지로 귀밑 곡빈혈 한 치 아래 있는 목의 경혈을 깊이 눌렀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잃고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경혈을 눌러 일시적 간자 상태에 빠진 적이 몇 번 있었다.

이건 자벌레나 물고기, 일부 짐승들이 극단적인 위협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기절시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개발한 민간처방이었다. 박지가 되먹인 미약의 기운과 근대의 치명적 방중술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그녀는 스스로 간자 경혈을 짚어 일시적 기절상태에 빠진 것이다. 몇 시진이 지났을까. 그녀는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와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치 사지에 큰 돌을 묶어놓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문이 열리며 박지가 차를 들고 와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해독에 좋은 복숭아차요.”

“…….”

“그러게 왜 나에게 그 독한 미약을 먹이려 했소? 우리는 둘 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독사요. 독사는 독사끼리 깨물어도 죽지 않소. 왜냐하면 그 독이 바로 해독제이기 때문이오.”

“…….”

“수경부인, 죽이려 하지 말고 서로의 약점에 발을 얹고 삽시다.”

수경의 호수 같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박지가 수경을 일으켜 앉히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뺨을 적시고 가슴을 적셨다.

수경은 박지가 먹여주는 복숭아차를 마신 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박지를 포옹했다.

 

우리말 어원연구

덫. 【S】dita(디타), duth(덫). 【E】to catch, to hunt. 덫은 돝(돼지)과 발음이 유사한데 산돼지를 잡기 위해 놓는 덫과 돝은 같은 어원이라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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