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자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또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5일부터 시작한 부분파업은 8일까지 나흘간 이어질 예정이다. 10월 출범해 교섭 바통을 이어받은 새 노조집행부의 첫 파업이다. 전임 집행부는 특근거부 4회를 포함해 모두 12번 파업했다. ‘정규직 공정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촉탁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사회적 투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노조를 향한 비판이 거센 이유다. 파업을 악용해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어려움에 빠진 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돈 더 내놓으라며 억지부리는 배부른 투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노조의 이번 파업은 전체 파업, 완성차 파업, 엔진·변속기 등 간접부문 파업 등 구분해서 진행하는 순환파업 형태를 띄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간접부문 순환파업이 두드러진다. 부품조달이 적기에 안되면 완성차 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되는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을 볼모로 한 지침도 있다. ‘월차 휴가 등으로 비어 있는 공정에 촉탁계약직 투입을 금지하고 해당 공정의 작업을 그냥 흘려 보내라’는 것이다. 상식의 궤를 벗어난 변칙파업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노조의 파업에 맞서 한치의 흔들림없이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강경입장을 고수하다 어느 순간 한발 물러서기를 거듭했던 회사측도 이번 만큼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산이 아무리 급해도 기본과 상식까지 어겨가며 생산물량을 만회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순환파업과 연동돼 중단되는 완성차 공장 직원까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한다는 방침이 그 예다. 회사는 또 노조의 ‘파업기간 특근 유지’ 결정에 ‘정규 근무시간에 파업하고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특근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는 외부 비난과 오해를 받지 않도록 파업기간 중 특근을 취소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수 년째 뚜렷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경영실적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적만회를 위해서는 ‘노조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로, 노조에 굴복해 돈을 더 주고 무마한 뒤 그 돈을 차 값에 얹거나 하도급 업체를 압박해 보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서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회사측의 각오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선 아무리 생떼를 부려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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