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등 잠재적 재난위험에 대비해
안전을 마음속 최상위 가치로 삼고
수칙·법규 제대로 배우고 준수하자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11월15일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시 흥해읍에서 발생했다. 작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 규모 5.8보다 작았지만 얕은 진원, 액상화, 역단층 운동 등으로 인명피해는 4배, 재산피해는 7배로 컸다. 진앙에서 불과 3㎞ 떨어진 한동대내 부실한 건물이 직격탄을 맞아 유리창이 부서지고 벽에 붙은 벽돌이 떨어져 쏟아지는 위기상황에도 경주지진 후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을 준비해 4차례 훈련을 실시해온 덕분으로 10분 이내 3000여명이 운동장으로 대피, 인적 피해는 찰과상 2명이 전부였다고 한다. 필자도 지진발생 당일 안전공학개론 수업시간을 이용해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을 교육하고 지진대피소를 정해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세월호 참사 3년, 경주지진 1년이 지났지만 안전불감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고 창설한 국민안전처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관리부서를 떼어내 소방·해경을 붙인 뒤 권한도 예산도 없이 국민안전이란 이름만 달다보니 이번 포항지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안전은 여러 공학과 심리학·경영학 등이 융합된 복잡다단한 전문영역인데도 행안부로 재편입돼 안전과 방재 분야를 맡은 재난안전관리본부의 운명도 그리 밝지 않다. 현재 국회는 429조원의 2018년 예산을 놓고 심의하고 있다. 증가율이 7.1%나 되는 확장예산이지만 공약사항인 복지성 재정지출 위주로 늘리다 보니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보다 약 20% 삭감됐고 지진관련 예산은 고작 85억원이었다.

지진은 현대과학으로 예측이 불가능한데도 점점 잦아지고 커지고 있다. 주위에 고층건물이 많은데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거나 부실 시공돼 붕괴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진을 많이 겪어본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지진시 사상원인은 깔리거나 화재폭발이다. 관공서와 기업은 구조물을 규모 6.5 이상으로 내진보강하고 각 건물형태별 대피요령을 만들어 주기적 대피훈련을 해야 한다. 정부가 지진의 P파(종파) 발생으로 약한 흔들림 상태일 때 즉 지진발생 후 10초 이내 경보로 알려주면 즉각 머리를 보호하며 철제 출입문을 개방한 후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더 크게 흔들리는 S파(횡파)와 L파(표면파)가 완전히 지나간 후 가스배관과 주전원을 차단하고 속보로 건물로부터 떨어진 넓은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

우리는 가정과 학교에서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받아보지 못해 안전의식이 매우 부족하다. 이제까지 빨리빨리, 대충대충, 잠깐만 등 편의를 위해 안전 수칙·법규를 희생해왔음을 각성하고, 2018년 1월1일부터 전국민 가슴속에 최상위 가치 ‘안전’을 심기 위해 안전 수칙·법규를 제대로 배워 적용하고 준수하는 ‘안전 재무장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나가자. 우선 잠재적 재난위험수준이 가장 높은 울산시부터 이 캠페인을 펼치자. 물론 기업체, 민간단체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가·사회 지도층이 먼저 행동하는 안전리더십을 보여주면 효과적으로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요즘 북한의 ICBM급 장거리 미사일, 지진, 중대사고, 잠재적 테러 등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요인이 점점 많아지고 커지고 있어, 국민안전이 정부의 최대과제가 됐다. 이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은 지름길도 없고 타협도 없다. 안전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 모두 앞을 보며 안전 재무장으로 이 난세를 헤쳐 나가자.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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