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네 주제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 정도 임팩트를 낸다는 자체에 감사해라.” 의사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돈 잘 버는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고, 고개를 끝까지 젖히고 보아도 끝이 안 보이는 높은 병원 빌딩 건물이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듯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국종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와는 전혀 다른 바보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까지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데에만 몰두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최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청와대 청원을 통해 그를 돕고자 할까.

외국에서도 부러워할 만큼 좋은 의료보험체계와 외국인들도 의료 관광을 올 만큼 발달한 기업형 개인병원이 발달해 있지만 우리나라의 응급센터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많지 않은 외과 전문의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명의인 이국종 교수가 일반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부터이다.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돼 폭행과 총격을 당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만신창이가 된 석해균 선장. 오만의 술탄 카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위독한 상태였다. 그를 한국으로 데려와 2차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4억4800만원에 해당하는 이송비를 누가 낼 거냐 하는 지급 문제로 다들 망설이고 있었다. “내 자비로라도 이송비 4억4800만원을 낼 테니 우선 이송하라.” 주변의 동료들이 그런 그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이국종은 아덴만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 피를 폭포처럼 쏟아내며 만신창이 된 석 선장을 기어코 살려내었다. 석 선장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 전 귀순 병사를 비롯해 지금껏 그렇게 생과 사의 기로에 있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살려냈다. 하지만 그런 그는 6개월간 8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중증외상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첨단 의료장비와 약, 혈액 등 비용은 어마어마한데 비해 받는 치료비는 턱없이 적다. 더욱이 공사장 등에서 사고로 오는 환자 등 치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환자를 치료해 주고 난 적자는 고스란히 수술한 의사 몫으로 돌아온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국종은 기상이 아무리 나빠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앰뷸런스 헬기에 오를 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의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환자만을 위한 바보의사 이국종 교수에게 그의 부모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거나 바보짓하지 말라는 말 대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별 볼일 없는 수많은 의사들 중에서도 네가 참 핫바리인데. 그런 별 볼일 없는 네가. 네 주제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 정도 임팩트를 낸다는 자체에 감사해라.”

어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의사, 어떤 변호사, 어떤 교사, 어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인재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인재를 어떻게 학교교육을 통해 키울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인재는 한 사람의 노력만이 아닌 학교라는 울타리 공간에서 모두의 노력으로 성장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되는 겨울이다. 얼마 후 졸업을 앞두고 있는 네게, 한 평 남짓 고시원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 네게, 학교의 어느 책상 앞에 앉아 배움을 구하는 네게 말하고 싶다. 지금 너의 배움이 하나의 의미 있는 삶의 메시지가 되기를.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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