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인의 자립생활 돕기 위한
인공지능 ‘케어로봇’ 상용화
한국도 고령사회 대비 서둘러야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작년 10월 일본국제복지기기 박람회를 다녀와 경상시론에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지만 일본은 이미 1995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08년 초고령사회로 우리보다 고령화가 약 20년 정도 앞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에 대한 의료복지 분야는 상당히 세밀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발전해오고 있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작년 복지기기 박람회의 특징은 노인의 자립을 위한 방안들, 특히 욕실문화의 개선, 주택 리모델링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위한 다양한 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 9월 다시 일본 동경을 찾아 국제복지기기 박람회를 다녀왔다. 작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을 노인병원과 요양시설에 접목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박람회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로봇을 볼 수 없었는데 1년새 엄청난 변화를 목격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4차 산업의 붐이 일어나고 울산도 3D 프린트 등 4차 산업에 대한 관심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로봇이라 하면 거대하고 비싼 산업제품을 만들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에서 본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거대하거나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노인과 복지분야에서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노인에게 사용되는 로봇은 일상생활에서의 보조, 신체적으로 위약한 노인들이 기계의 힘을 통해 약해진 근육과 관절에 힘을 주어 혼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즉 일어서기 힘들고 넘어지기 쉬운 노인들에게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고, 이동을 수월하게 하며, 계단을 내려오기 힘들 경우 휠체어기구를 통해 혼자서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침대에서 센서를 통해 노인의 건강상태(맥박, 수면상태, 배뇨, 낙상경보)를 확인하게 하기도 한다. 또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해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어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한 요양시설을 방문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인공지능 로봇이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종사자들의 과중한 일의 부담으로 인한 노동손상을 줄이기 위해 로봇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그리고 체위변경이나 기저귀 등을 교체하기 위해 허리와 다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일하는 경우 관절이나 허리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허리와 다리에 장비를 차서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게 하고 있었다. 초기의 기구를 수년간 걸쳐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 업그레이드시켜 완전한 상품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간호와 요양보호사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현재 인공지능을 통한 4차 산업과 로봇의 개발에 빠르게 성장해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개발돼 있고 현재 실험단계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데이터의 축적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정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성인식도 많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진보하고 있지 않는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좀 더 세밀하게, 정확하게 측정해 개별화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본은 벌써 상용화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격차가 갈수록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체들의 자본력과 영세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선진국은 이러한 기업에 대한 투자와 실패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도 무궁무진한 인공지능과 4차 산업에서 새로운 미래의 발전영역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활영역과 삶의 터전에서 어려움없이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인공지능과 4차 산업의 접목은 의료와 복지의 선진화를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10년 후 인공지능이 적용, 자립해 삶을 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바로 나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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