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매년 연말이면 이웃돕기 행사의 일환으로 ‘사랑의 김장’이 등장한다. 이웃과의 온정을 김치로 나누는 것은 조상들의 전통풍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우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김장을 옹기에 담아 땅에 묻어 보관했다. 주로 빗물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약간 높은 곳에 김치광을 만들어놓고, 독의 70%를 땅에 묻었다. 땅 속에 묻힌 김칫독은 1℃라는 적정온도를 유지시켜 가장 맛있는 김치를 만들었다.

김치의 달콤한 맛은 류코노스톡 시트리움(Leuconostoc citreum)이라는 유산균 덕분으로 젖산과 탄산을 만든다. 이 유산균은 1℃에서 가장 활발히 생장하여 김치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다. 다른 해로운 균은 1℃에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1℃의 온도가 맛있는 김치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통기성이 있는 옹기를 사용하여 유산균의 발효를 돕고, 신선함을 유지하여 추운 겨울에서 봄까지 비타민의 섭취는 물론 면역기능을 증강시켜 주는 것이 바로 김칫독이다.

▲ 김치광

오늘날의 김치냉장고도 김칫독에 담긴 과학원리를 활용한 사례이다. 김치냉장고의 강점은 일반냉장고와 달리 내부의 온도 차이를 줄여 숙성될 때 유산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알맞은 온도로 설정할 수 있는 점이다. 김치냉장고가 스탠드형으로 출시되기 이전에 뚜껑형에서 출발한 것도 온도변화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자연의 힘을 빌려 김칫독을 만들고, 김칫독의 원리를 적용하여 김치냉장고가 현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듯, 지혜로 관찰하여 나눔이 담긴 우리의 옹기문화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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