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경쟁의식이 아이 망쳐
예의·배려 등 인성 배양하고
강렬한 내적 동기를 부여해야

▲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다사다난했던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필자는 금년 1월 경상시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혁신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바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는 변화혁신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으며 실제로 얼마나 혁신이 되었는지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혁신이 필요하지만 특히 필요한 분야는 자녀교육을 대하는 학부모들의 사고 혁신이다. 미래를 책임질 2세들을 바르게 양성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대학교 1학년 수업에 들어가 보면 학생들이 많이 지친 느낌을 받는다. 대입시험 준비에 지난 3년간 에너지를 다 소비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야간 자율학습으로 매일같이 학교에 늦게까지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 후유증일까. 대학에 입학, 1학년 때 정신없이 노느라 학점이 엉망이 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고교 시절 공부도 하고 일정시간 놀기도 한 후 대학에 들어와 모든 에너지를 쏟아 공부해야 되는데 말이다.

미국은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에서 해야 하는 공부 시간이 엄청 많다. 학부과정 자체가 많은 시간을 투입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다. 그래서 미국대학 졸업식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그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의 경우 1학년을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군에 갔다가 2학년에 복학한다. 과거에는 군에 갔다 온 학생들은 행동이 빨라지고 눈에 총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2학년 학생들의 수업에 들어가 보면 굉장히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졸업 후 진로가 불투명한데 따른 불안감 때문일까?

과거 고도경제성장 시기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했고, 대학만 졸업하면 거의 취업이 되었다. 힘든 일도 마다않고 잘견뎌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니 자연히 인력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까지 생겼다.

필자는 포화된 좁은 한국을 벗어나 세계로 나가서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내적 동기가 뚜렷한 학생은 어떠한 유혹에도 빠지지 않고 잘못되지도 않는다. 필자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도미유학의 강렬한 내적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대학 4년간 유학에 대비,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 후 해군 장교로 3년간 복무하는 동안도 유학준비를 철저히 했다. 지금은 돈만 있으면 유학이 가능하나 그 당시는 달러가 귀한 시절이어서 자비로 가든 외국에서 장학금을 받든 외국 나가는 것을 극도로 억제하는 시절이었다. 외국유학생 수를 문교부 유학시험으로 통제했다. 봄에 보는 시험에서 400명 정도가 지원하면 20명을 합격시키고 가을시험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군에 있는 동안 문교부 유학시험을 통과했다. 토플도 한번 응시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 대학의 장학금을 받아 전역 후 즉시 도미유학이 가능했다. 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강렬한 내적동기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충분한 의사소통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잘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감각도 여러가지 훈련을 통해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창의성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는 비단 글로벌 인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자녀교육에 필요한 것으로서,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경쟁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만 자란 학생들의 인성이 어떻게 되겠는가? 학부모들은 남이 하니 따라서 안하면 내 아이가 뒤처진다라는 맹목적인 잘못된 경쟁의식이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학교 성적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녀를 바르고 건전하게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절제력과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예의를 알고 감사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강한 내적동기를 가진 자녀를 만들자.

김선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이트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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