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내년도 국가 예산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용역비 5억원이 확보됐다고 한다.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난 셈이다. 지난달 6일 이채익 국회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2018년 예산안 상정 회의에서 국립산업기술박물관 특별법 제정 및 건립 추진 로드맵 수립을 위한 용역비 예산(5억원) 반영을 주장한 것이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 용산에 건립할 예정이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울산시민들의 뜨거운 여망과 울산이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산실이라는 당위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화과정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산업화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산업을 예측할 수 있는 산업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울산에 세워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연히 박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므로 폐기해도 된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의지다.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일에서 탈피해 우리나라의 중요한 한 축인 산업발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각오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기술박물관을 서울이 아닌 울산에 건립함으로써 시대적 사명인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박제된 전시품만이 아니라 그 역사의 현장을 함께 볼 수 있는 도시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것만 해도 일석삼조다.

박물관을 두고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서 건립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도 ‘세금을 얼마나 더 부담할 수 있느냐’고 전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조건부가치측정법으로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 등 또다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실천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용역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된 것을 계기로 우리는 첫단추부터 다시 끼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알고도 그대로 이어나가면 결국 옷을 바르게 입을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