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효 미래인재개발연구협동조합(드론, 3D프린팅)

11월의 마지막 주 조금은 특별한 강의를 했다. 평소에도 요청이 있으면 지역과 장소, 대상 등을 가리지 않고 강의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 요청을 받은 곳은 동아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였다. 조금은 특별하다 생각한 이유는 대부분 특강을 요청하는 곳이 기업체나 공대계열 학과이기 때문이었다.

고고미술사학 분야에 3D 스캐너와 3D 프린터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관련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자료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이 분야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3D 스캐너와 3D 프린터가 활용돼 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3D 스캐너와 3D 프린터가 처음 도입된 것이 2000년대 초반으로, 대부분이 공과계열의 대학이거나 국책 연구기관, 대기업 연구소 들이었다. 그리고 고고미술사학 분야 또한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활용해 왔다. 관련 분야에 대한 기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국내의 황룡사지 9층 석탑이나 석굴암 외에도 베트남의 후에 황성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등 세계적인 문화재에 대해서도 디지털 작업을 완료한 사례를 만날 수 있었다. 울산의 유명한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 역시 3D 스캐너 등을 활용하여 디지털 데이터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실물 모형을 3D 프린터로 만들고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래된 문화재나 미술품 등을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은 단순한듯 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3D 스캐너와 디지털 카메라 등을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대형 건축물의 경우 예전에는 소형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 촬영을 통해 데이터 수집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을 하고 있어 데이터 수집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도도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취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화 작업을 할 때 오래된 문화재의 경우 전쟁이나 자연 재해 등의 이유로 원본의 형태가 훼손된 경우가 매우 많아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고고미술사학 분야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고미술사학에 전문 지식을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는 취득된 데이터를 전부 디지털화 하지 못하고 일부만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화된 데이터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만질 수 있는 전시 체험과 가상 박물관이 되겠다. 일반적으로 전시관에 가게 되면 유물을 손으로 만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유물을 전시하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유물이 훼손된다면 다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가상 박물관의 경우 대영제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가상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VR 기기까지 활용, 훨씬 생동감 넘치는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멀리 가지 않아도 세계적인 유물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가상 박물관이 하루 빨리 생기길 기대해 본다.

김원효 미래인재개발연구협동조합(드론, 3D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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