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분청사기 1점 울산박물관에 기증
제사때 쓰는 ‘희준’…수천만원대 호가 예상
노 원장 “장인이 주신 물건…모두와 공유하고파”

▲ 분청사기 전면

수천만원대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1점이 울산박물관으로 기증 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노진달(사진) 울주문화원장은 최근 울산박물관을 찾아 보관한 지 20여년이 지난 도자기 1점을 기증했다. 울산박물관은 6일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노 원장을 비롯한 6명의 유물 기증자에게 감사패와 기증증서를 전달했다.

노 원장이 기증한 분청사기는 분명히 오래된 듯 보이는 도자기였지만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누가 만든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또한 교과서에 나오는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날렵한 형태도 아니었다. 투박한 모양새에 표면 또한 거칠게 다듬어져 도자기가 기증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아했었다.

▲ 분청사기 측면

하지만 이를 본 박물관 관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고 한다. 울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귀한 물건이며, 제작 연도도 수백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갔다. 도자기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5000~6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한 유물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조사결과 노 원장이 기증한 도자기는 15세기에 사용된 분청사기였다. 몸 전체에 귀얄 문양으로 거칠게 백토분장을 하였고, 네 개의 다리가 붙여져 접합돼 있다. 다만 구연부 일부가 파손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 도자기는 제사 때 사용하는 준(尊·제사에서 술이나 물을 담았던 그릇이나 통)이다. 준은 크게 희준, 상준, 착준, 호준, 대준, 산뢰 6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중 노 원장의 기증품은 희준(犧尊)으로 판명됐다.

기증 유물은 높이 21.5㎝, 너비 24.3㎝ 크기로, 소의 모습을 본뜬 형상이라는 점도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희준은 코끼리 모습을 한 상준(象尊)과 함께 봄과 여름 제사때 사용됐다. 희준은 소가 희생(犧牲)을 의미하며 나라의 근간을 이룬 농사에 힘쓰기 때문에 백성들도 소처럼 근본에 힘쓰기를 격려하기 위한 용도였다.

▲ 노진달(사진) 울주문화원장

조선시대 정비된 <세종실록> 중 ‘오례’에 따르면 금속제기를 사용함을 기준으로 삼았으나 국가는 지방에서 자기로 제기를 제작하도록 하였다. 특히 분청사기는 1466~1469년 사이 조선시대 관요(官窯·왕실용이나 관청용 도자기를 구워내기 위해 나라에서 직접 관리했던 가마)가 설치된 이후 백자로 제기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유물로 그 사용시기가 짧아 희소성과 그 가치가 더욱 높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기 울산에서 제작된 분청사기 유물로는 현재 부산시립박물관이 소장한 ‘울산 장흥고명 접시’가 있다. 조선 전기인 15세기에 당시 울산군(蔚山郡) 안에 위치한 자기소(磁器所)에서 제작해 장흥고(長興庫)에 상납한 공납용 자기였다.

노 원장은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주신 물건으로 집에 둔 지는 약 20여년 정도 됐다. 복산성당에서 병영 넘어가는 계비고개에서 구획정리와 도로공사가 한창일 때 나왔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것보다 박물관에 기증 해 유물의 정확한 가치를 알이보고, 시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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