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하지왕의 절을 받은 우사는 황급히 맞절을 하며 말했다.

“황송하옵니다. 왕사의 자리를 주시니 광영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왕께서 저와 여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행을?”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지리와 역사를 익힐 것입니다.”

“좋소. 어차피 국사를 결재하는 관인은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시니까 난 상관없소.”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금관가야로 떠날 준비를 하십시오.”

“그동안 왕궁이 새장 같았는데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겠군.”

왕과 우사는 방물장수 차림으로 변복을 하고 여장을 꾸려 말을 타고 어라궁을 떠났다. 뒤에는 변복을 한 호위무사 모추가 따르고 있었다. 후누 장군의 호위무사를 하고 있는 젊은이로 과묵하며 힘이 좋고 무예가 탁월한 자였다.

하지는 성과 저자와 민가를 벗어나 오솔길을 들어서니 산과 초원의 신선한 공기가 폐를 씻어내는 듯하였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산들은 청신했다. 따뜻한 봄기운을 받은 대지는 새싹들을 틔어내고, 감미로운 숲의 향기가 말의 코를 오물거리게 했다.

우사가 말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

“마마, 뇌질왕가의 시조를 아시지요.”

“그럼, 천신 이비가지와 가야산 산신 정견모주 사이에 태어난 시조 뇌질주일 왕, 아니오.”

하지왕은 어릴 때 후누 장군으로부터 들어 뇌질왕가의 계보를 외우고 있었다.

“아니오.”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태사, 그러면 이비가지와 정견모주가 아니면 누가 우리 시조란 말이오?”

“흉노족 휴저 왕자, 김일제입니다.”

“아니, 흉노족이 우리 시조라고요!”

하지가 놀라자 느리게 가던 말도 움찔 뛰었다.

“그렇습니다. 저도 김씨 일족으로 김우사입니다. 우리 김씨의 시조가 흉노족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뇌질왕가와 우리 대가야의 역사를 통째로 부인하는 것 아니오.”

“아닙니다. 오히려 대가야의 김씨와 금관가야의 김씨, 신라의 김씨가 한 집안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를 쉽게 하나로 묶어세울 수 있습니다.”

“태사,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오?”

 

우리말 어원연구

‘김일제(휴저)는 금인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까닭에 그로 인해 김씨라는 성을 받았다’ 한서, 열전, 김일제전, 김일제 이전에는 이 지상의 어느 나라, 어느 문헌에도 김씨 사람과 김씨 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