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등 요구로 반부패위원회 조사 착수

▲ 햇빛 가리다가 드러난 명품시계와 반지.[사진출처 방콕포스트 홈페이지]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의 이인자인 쁘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단체 사진을 찍던 도중 드러난 고가 장신구들 때문에 부패조사 선상에 올랐다고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지난 4일 다른 각료들과 함께 단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방콕의 정부청사 앞마당에 나왔다.

사진 촬영을 기다리던 그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부담스러운 듯 오른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 순간 쁘라윗 총리의 손목과 손가락에서 고가의 명품시계와 번쩍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사진 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고 곧바로 부총리는 부패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차고 있던 시계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스포츠 스타들이 애용하는 스위스산 고급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 제품과 유사했다.

진품일 경우 가격은 400만 바트(약 1억3400만 원)∼1000만 바트(약 3억3500만 원)에 달한다.

또 그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에는 제법 알이 굵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이들 고가 장신구는 지난 2014년 그가 부총리직에 오를 당시 신고한 재산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다.

공직자 재산신고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고가 장신구들의 실체가 드러나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즉각 공세에 나섰고, 국가 반부패위원회(NACC)에 정식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도 제출했다.

‘태국헌법수호협회’라는 시민단체의 사무총장인 스리수완 잔야는 40년간 군인 생활을 한 부총리의 재산이 너무 많다며 재산 형성 과정을 샅샅이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에는 부총리가 차고 있던 시계의 정확한 모델명과 가격을 추적하는 ‘CSI LA’라는 제목의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NACC는 부총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워라윗 쑥분 NACC 사무총장은 “쁘라윗 부총리에게 신고되지 않은 자산을 취득하게 된 경위를 3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며 “그러나 조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할 필요는 없다. 결과가 나오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시계와 반지의 출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에 일일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 NACC에 직접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쁘라윗 부총리는 지난 2004∼2005년 태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으며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재직 당시인 지난 2008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또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함께 태국 군부 내 최대 파벌인 ‘동부 호랑이’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쿠데타 직후부터 3년 넘게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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