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간부들 삭발식…“변호사 제도 근간 훼손” vs “변호사 부당 특혜 막게 돼”

▲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김현 변협 협회장 등 대한변협 간부들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그간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던 세무사 자격을 앞으로는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반발하며 개정안 폐지까지 ‘무한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변협 김현 회장은 8일 오후 1시 30분께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에 반발해 국회 정문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장희 사무총장, 이호일 윤리이사, 천정환 사업이사도 참여했다.

삭발식 후 개정안은 국회에서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부여하는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변협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개정안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세무사 업무가 세법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서 본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당연한 직무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법조인을 양성하기 어렵고, 변호사 수가 적어 변호사들이 모든 직무 영역을 담당하기 어렵던 시기에 이를 보완하고자 세무사 제도를 도입해 세무 관련 일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국민 입장에서 세무 업무인 ‘기장(記帳)-세무조정-행정심판-행정소송’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며, 이를 분야별로 세무사와 변호사에게 맡길지, 변호사 한 명에게 전담시킬지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도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국회가 도입한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했다.

로스쿨 제도를 통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법조인으로 교육했고, 그 결과 국민이 세무 등 법조 유사영역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변호사로부터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세무사 자격을 갑자기 박탈하는 것은 로스쿨생의 신뢰에 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하면서 등록은 하지 못하게 하는 세무사법에 대해 서울고법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헌법재판소 심리 중인데 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자 한국세무사회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반면 작년 10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측은 “그동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부당한 특혜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세무 분야의 전문성 향상은 물론, 소비자들도 고품질의 세무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변협 집행부와 전국 변호사 2만 4000명은 개정 세무사법의 폐기를 위해 ‘무한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다음 주 궐기 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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