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맑은물 공급의 동시해결을 위한 해법의 하나로 거론되던 운문댐 물 공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극심한 가뭄에 운문댐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문댐의 저수율은 14.8%에 불과하다. 가뭄이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면 운문댐의 취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암각화 보전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운문댐 물을 끌어와서 울산의 식수로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접어야 할 듯하다.

지난 8일 열린 수돗물평가위원회의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울산의 상수원 확보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방안을 두고 운문댐에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건연 경북대 교수는 운문댐의 용수 부족으로 내년 2월이면 대구·경북권 88만명에 대해 단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뭄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운문댐이 취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마르는 것을 뻔히 지켜본 몽리민(蒙利民)들이 울산에 물을 나눠줄 리가 만무하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대책은 물론이고 울산의 물문제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만 한다. 이날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제방을 설치해 암각화를 보존하고 사연댐은 식수로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운문댐이 아닌 새로운 다른 댐에서 물을 공급받을 수 없다면 제방을 설치해 암각화를 보존하고 사연댐의 기능을 회복하는 외에 대안이 없다. 막무가내로 사연댐을 포기하라는 것은 울산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송철호 지역발전위원회 고문은 “운문댐뿐 아니라 경북 영천댐과 경남 밀양댐 등의 물을 울산에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운문댐만을 대안으로 삼던 것에서 벗어나 인근 지역의 댐 저수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생태제방 설치는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식수 확보 방안에서 최후의 보루일 뿐이다. 어느 지역에서든 맑은 물 공급이 가능하다면 주변환경에 변화를 초래하는 제방을 설치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서둘러 울산 인근 댐의 저수율을 모두 점검해야 한다. 울산의 식수 문제는 울산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협조와 관심을 구해야 한다. 울산시민들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식수 전량을 낙동강물에 의존한지 5개월이 다되어 간다. 정부는 울산시민들이 안전성이 낮으면서도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낙동강물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다. 인근 댐에서 식수를 공급해줄 수 없다면 식수 확보를 위해 제방 설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울산시민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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