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대가보다 공이 더 많이 드는
국선변호는 봉사차원서 맡는 경우 많아
좋은 결과로 보람 느끼면 그나마 다행

▲ 최건 변호사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 국선변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뿐 아니라 강력 사건의 경우 자주 국선변호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년 전에는 국선전담 변호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실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국선전담 변호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다양한 사건을 맡지 못하고 정해진 월급만을 받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과중한 업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도 있고 사건 수임의 압박에서도 해방되기 때문이다. 이에 사법연수원 성적이 어느 정도 되어야 국선전담 변호사로 임명되곤 하였다.

국선변호인은 사선의 반대 의미로 말 그대로 국가가 선정하는 변호인을 뜻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미성년자·노인이거나,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되는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 법원은 반드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도 피고인이 빈곤 등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은 그 사유를 묻지 않고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많은 형사 사건에 국선변호인들이 참여한다.

법원은 국선 사건만을 전담하는 ‘국선전담 변호사’들 중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기도 하나 일반 변호사들 중에서 선정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별도의 수당이 지급된다. 그런데 그 수당은 한 사건 당 30만원이 약간 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른바 실비만 받고 일하는 일반 변호사들은 사회봉사 차원에서 국선 사건을 수행하곤 한다. 또한 국선변호를 하면 매년 의무적으로 해야 할 공익활동이 그 시간만큼 감경되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분야의 공익활동을 하느니 국선사건을 하자고 생각하는 변호사도 다수 있다. 필자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가끔씩 국선사건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선 사건의 경우도 사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 검토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의견서도 제출하여야 한다. 게다가 구속 피고인인 경우 구치소 접견도 가야하고, 부인하는 사건의 경우는 수 회 법정 출석하여 증인신문도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하나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변호사들은 아무래도 국선 사건에 대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선이든 사선이든 피고인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이고, 이왕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행하는 이상 나름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실제 필자도 피고인에게 적당히 인정하고 빨리 끝내자고 제의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가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는 피고인들을 보면 ‘내가 좀 희생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며 법정에서 치열하게 사실 관계와 법리를 다투곤 한다. 물론 무죄를 선고받거나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나름 보람을 느끼긴 한다.

그런데 일반 의뢰인처럼 많은 요구를 하거나 여러 불만을 표시하는 피고인을 보면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심지어는 재벌회장처럼 주 1회 이상씩 ‘황제접견’을 요청하는 사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는 사람, 알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수 회 변호인을 교체하는 사람들도 실제 목격한 적이 있다. 이럴 때면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반 사건도 이런데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중요사건 및 강력 사건의 국선변호인들의 어려움은 능히 짐작된다. 이른바 ‘목숨 걸고 변호’를 해서 얻는 대가는 보람 밖에 없고, 실제 보람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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