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인상작업’ 하던 중
80m 넘는 타워크레인 부러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추락
경찰·국과수 등 조사 착수

지난 9일 경기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80m가 넘는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이 추락, 3명이 숨졌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10일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1시10분께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이 중간지점(64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75m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지상으로 추락,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근로자는 “다른 곳에서 작업하는데 ‘쿵’ 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크레인 윗부분이 옆으로 넘어졌다”라며 “다치거나 숨진 동료들은 모두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크레인 13단(1단 5.8m) 지점에서 단을 하나 더 높이기 위한 ‘인상작업(telescoping)’을 하던 중 아랫부분인 11~12단(64m 높이) 지점 기둥이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인상작업은 크레인을 받치는 기둥(붐대)을 들어 올리는 작업으로, 크레인을 설치·해체하거나 높이를 조정할 때 진행된다.

지난달 1일 설치공사가 시작돼 6단 높이에서 공사에 투입된 이 크레인은 이날 마지막 인상작업(13~14단)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 소장은 비번이어서 현장에 없었고, 안전차장이 현장 지휘를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수입된 지 1년 된 것으로, 제조된 지 몇 년 지났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고용노동부는 설명했다.

인상작업 중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는 지난 10월 의정부(3명 사망, 2명 부상), 5월 남양주(3명 사망, 2명 부상) 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크레인 사고가 잇따르자 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던 중이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0일 용인시 기흥구 사고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과 감식에 들어갔다. 경찰은 타워크레인에 장비 불량 등 설비 결함이 있었는지 사고 당시 현장 안전수칙이 잘 지켜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 원인이 설비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2명의 사망자와 3명의 부상자를 낸 남양주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처럼 전형적인 인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무너진 크레인은 수입된 지 1년 된 것으로 제조된 지 몇 년 지났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또 크레인 높이를 상승시키는 인상작업 도중 사고가 난 점을 미뤄 경찰은 신호수와 작업자 간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러진 크레인 마스트(기둥) 상부와 자재 등을 감식해 사고 원인을 밝힐 계획”이라며 “사고 당일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해 업무상 과실이 발견될 경우 대상자를 형사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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