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은 간절곶에 포르투갈 신트라시의 호카곶(Cabo da Roca 카보 다 호카)에 있는 해넘이 상징물을 조성 중이다. 내년 1월1일 해맞이 행사 때 첫선을 보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해안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과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지점인 호카곶, 두곳의 상징물을 한자리에서 보여줌으로써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지난 6월 울주군이 신트라시청을 방문, 우호교류를 약속한데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업은 울주군에서만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트라시는 중앙정부와 논의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카곶이 있는 신트라·카스카이스 자연공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조형물 설치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호카곶에도 간절곶의 상징물이 있다는 것이 전제될 때 울산 간절곶에 세워진 호카곶의 상징물이 의미를 갖는다. 또한 간절곶에 세워지는 호카곶의 상징물도 신트라시가 인정할 때 비로소 상징성이 생긴다. 상징성을 상실하면 상징물이 될 수 없다.

간절곶의 상징물이 무엇이냐는 것도 다시 살펴야 할 대목이다. 울주군이 호카곶 상징물과 나란히 세우려는 간절곶 상징물은 ‘간절곶’이라고 한글로 크게 새긴 부채꼴 모양의 자연석이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이곳을 찾은 분과 그 후손은 새천년에 영원히 번성할 것입니다. 서기 2000년 1월1일 새아침 울주군’이라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이 돌이 간절곶의 상징물이었던가, 호카곶에 세울만한가, 의구심이 생긴다. 호카곶의 상징조형물이 유명한 것은 거기에 적힌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바스 드 카몽이스(Luis Vaz de Camoes)의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Onde a terra acaba e o mar comeca)’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다.

호카곶 상징물의 형태도 논란이 예상된다. 높다란 십자가탑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의미의 십자가가 아니라 이정표를 나타낸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십자가 모양이다.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는 우리나라에선 공공장소에 특정 종교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예민한 편이기에 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짐작된다.

신트라시의 조형물 설치에 대한 신중함을 우리도 배웠으면 한다. 옥외 공간의 조형물은 보는 이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한번 설치하면 치우기도 어렵다. 국민정서와 주변환경, 의미와 가치, 조형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상징성을 획득하고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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