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체험·내진설계 감독 강화 등
피해복구에서 예측으로 변화하는
재난안전대책 패러다임 전환 시급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2016년 7월5일 울산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에 이어 인접 지역인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 강진, 그리고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까지 더 이상 대한민국은 지진 안전국이 아니다. 특히 우리 울산의 경우 연이은 지진 발생 진앙지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다 지진 이외에도 지난 해 울산 지역을 강타한 태풍 ‘차바’ 등과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해 여러 차례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특별재난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달았던 적이 있었던 상황이라 이번 포항 지진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재난 관련 매뉴얼의 미흡함, 전체 재난 상황을 총괄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 재난 피해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의 부족, 봉사자들의 불안 심리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울산광역시의 재난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재난 상황을 경험하면서 재난 피해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특히 재난 발생 시 즉각적으로 재난 정보를 알리는 재난 문자 발송 시스템은 많은 부분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

그렇지만 근래 들어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재난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난 문자 발송 시스템 이외에도 제대로 된 재난 관리 시스템이 하루 빨리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 8월 열렸던 재난안전세미나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재난·재해 규모와 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빈도도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는 현실을 참작할 때 재난안전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김기현 울산시장의 말처럼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재난 상황에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비단 울산광역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발생했던 여러 재난 상황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여준 대책들 상당수가 사후 복구에만 치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 제대로 된 매뉴얼과 예측 시스템을 마련했더라면 충분히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복구 중심의 재난 시스템은 예측보다는 피해 복구에만 급급하다보니 오히려 재난 관련 피해를 키운 셈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울산시가 지진과 태풍 같은 재난재해 상황을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전파하는 ‘스마트 재난 상황 전파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오류나 잘못된 전송 등의 상황이 발생해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보다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및 안전체험 등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재난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가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시민 대표와 지방자치단체 실무자 간의 협의체 구성 등과 같은 민·관 합동 체제의 재난 관리 시스템 구축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은 SNS와 각종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되었고, 그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지진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미 한 차례 직접적인 지진을 겪었고, 인근 지역의 연이은 강진까지 경험한 울산 시민들의 지진 공포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역시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관리 감독 및 관련 규정 강화와 준수 여부를 감독해나가면서 앞으로 울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지진과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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