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스 오스메냐 필리핀 세부 시장.[오스메냐 시장 페이스북 캡처]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세부의 시장이 범죄자를 사살하는 경찰관에게 100여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유린을 우려하며 공권력 남용을 경고했다.

13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마스 오스메냐 세부 시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에 범죄자를 사살할 때마다 5만 페소(108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오스메냐 시장은 그러면서 이 돈은 포상금이 아니라 범죄자 사살로 민형사상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는 경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 재원은 판공비와 개인 돈으로 조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경찰은 범죄자를 추적해 총 쏘기를 두려워한다”며 “이는 그들이 소송을 당했을 때 방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를 관할하는 아빈 오르돈 국가인권위원회 지부장은 오스메냐 시장의 계획이 경찰의 권한 남용으로 이어져 ‘길거리 죽음’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오스메냐 시장은 범죄자를 사살하는 경찰관에 대한 현금 지원 구상은 자신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보다 먼저 시행한 ‘원조’라고 주장했다.

작년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경찰과 군에 최고 500만 페소(1억 원)의 포상금과 승진을 약속했다.

오스메냐 시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나를 따라 한 것”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전에 나는 (범죄자를 사살한 경찰관에게) 5만 페소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세부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정예 경찰관들로 범죄자를 추적하는 ‘사냥꾼 팀’을 만들었다.

이 팀이 사실상 암살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2006년까지 세부에서는 최소 168명의 범죄자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에게 사살됐다.

그는 작년 5월 세부 시장으로 다시 당선됐을 때 마약사범을 비롯해 범죄자를 죽이는 경찰관에게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1년여 만에 철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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