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이야기-경상일보-울산건축사협회 공동기획
(6)나의 집, 너는 뭐가 되고 싶니?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루이스 칸의 ‘벽돌아,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는 물음에 가장 근접하고자 한 건축물이라고 답할 것이다.

건축의 재료는 그것이 가진 물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적합하게 활용되어야 하며 건축의 공간 또한 그러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학창시절 건축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건축의 본질에 관한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을 때 종종 인용되던 말이다.

건축전공자의 눈으로 본 우리가 사는 집이란 공간은 여느 건축의 요소들과 다름없이 기둥, 벽, 바닥, 보이드(void), 문 등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들 요소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집은 타인의 집과 다른 나만의 공간으로 구축할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집을 설계하기 위하여, 건축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거공간의 본질을 찾고자한 몇몇 건축가들의 주택들을 소개하고자한다.

▲ 루이스 칸(Louis Isadore Kahn)작품, <솔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미국, 1965년

태평양을 향해 열려있는 중정 유명
20C 가장 위대한 건축공간 선정도

1. 루이스 칸(Louis Isadore Kahn)작품, <솔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미국, 1965년

루이스 칸(Louis Isadore Kahn)이 설계한 솔크 생물학연구소 건물은 태평양을 향해 열려있는 중정으로 유명하다. 종종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 공간으로 선정되기도 하며,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곳에서 연구한 학자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에 보이는 중정 양옆에 있는 건물에는 과학자들의 연구동, 실험동 그리고 숙소가 있는데, 각 실의 앞 발코니에서 태평양의 석양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태평양의 수평선과 중정의 바닥판을 가로지르는 물길이 수직으로 만나는 모습은 하루의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각기 다른 장경을 만들어가고 이를 바라보게 설계된 연구소의 주거공간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희 만나는 공동주택과는 사뭇 다르다.

최대 용적률과 높은 지가가 건설사 브랜드 파워와 어울어져 주거의 가치를 결정짓고 있는 현재의 공동주택 환경에서는 꿈도 꾸기 버거운 ‘비움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비어진 곳에서 만들어지기에 이토록 멋진 중정을 품은 공간에서 훌륭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 렘 쿨하스(Rem Koolhaas) 작품, 보르도 주택(Maison Bordeaux), 프랑스, 1998년

바닥판 일부가 1~3층 움직일수 있어
장애인이 살기 좋은 주택공간 만들어

2. 렘 쿨하스(Rem Koolhaas) 작품, 보르도 주택(Maison Bordeaux), 프랑스, 1998년

렘 쿨하스(Rem Koolhaas)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집 주인을 위해 바닥판의 일부를 1층에서 3층까지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축의 본질적 요소인 바닥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설계한 혁신적 사례로, 집주인이 혼자 휠체어에 앉아서 현관 출입구에서부터 들어와 각층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걷기 어려운 장애인이 살기 좋은 주택 공간을 만들었다.

최근 도시설계에서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보편적 디자인개념이 적용되고 있는데, 진작 개인의 집에서는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제약 없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렘 쿨하스는 200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인천 신도시 계획 현상 공모전에 당선됐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 미스 반데어 로에(Mies van dr Rohe)작품,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스페인, 1983

장식 배제·최소한의 건축요소만으로도
아름다운 주거공간 만들수 있음 보여줘

3. 미스 반데어 로에(Mies van dr Rohe)작품,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스페인, 1983

미스 반데어 로에(Mies van dr Rohe)는 ‘Less is More’라는 자신의 철학을 ‘바로셀로나 파빌리온’을 통해 건축적으로 구현하였다.

다양한 석재 판들, 유리, 콘크리트를 이용한 수직과 수평의 벽과 지붕과 바닥 그리고 철재 기둥들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인 근대 건축이 추구하는 주거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이 주택은 실제로 주거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지나친 장식의 배제와 건축 재료 본질에 충실함으로써, 의미 없는 장식들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건축요소만으로도 아름다운 주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음으로 보여준 기념비적 건축물로써 현재까지도 바로셀로나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 캄포바에자(Alberto Campo Baeza) 작품, <게레로 주택>, 스페인, 2005년

흰색 벽-보이드 공간-파란 하늘이 조화 이뤄
햇볕으로 만들어진 음영 대비가 디자인 완성

4. 캄포바에자(Alberto Campo Baeza) 작품, <게레로 주택>, 스페인, 2005년

캄포 바에자(Alberto Campo Baeza)는 주택 안의 흰색 벽과 보이드(void) 공간 그리고 스페인 지역 특유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거 공간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햇볕이 마당 안으로 들어와 주택의 벽과 만나면서 만들어진 음영의 대비가 극대화된 외부 마당공간을 디자인하였다.

작은 주택 안에 지역적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절제된 미니멀한 공간 미학을 이루어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주택은 주거가 단지 살기위한 기능으로써 뿐만이 아닌 개인의 시적 사유의 공간으로 디자인될 수 있으며, 개인이 주택 안에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공간을 소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정수은 울산과학대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이상에서 소개한 집들은 각자의 디자인 방법을 적용하여 주택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루이스 칸은 공간의 본질을, 미스 반데 로에는 건축 철학을, 깜포 바에자는 시적 공간을, 그리고 렘 쿨하스는 장애인을 위한 혁신적 공간 설계를 통해 각기 다른 주택의 본질을 탐색한 건축물이다.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거주자에게 경제적 가치,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존재적 가치, 기능적 가치 등 각자가 추구하는 바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짓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집을 짓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집에 살기를 원하는지…그리고 ‘나의 집,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고 꼭 물어보시길!”

정수은 울산과학대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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