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지분 中에 매각 조짐에 美·日, 사우디 아람코 상장 압박

▲ [사우디 아람코 홈페이지 캡처]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일부 지분을 중국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과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아람코는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에 5%의 지분을 동시 상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할 자금은 75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어 역대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아람코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아람코의 IPO에 중대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사우디 측이 IPO 대신 중국 국유기업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사모 형태로 아람코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사우디와 중국의 협상설이 나돈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우려를 전달했고 일본 경제산업성도 이와 관련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몇차례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이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우디 측에 아람코의 해외 IPO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아람코의 지분을 획득하면 사우디산 원유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를 잡고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밀접하게 만들 가능성이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며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다.

아람코는 확인된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중국 측에 사우디산 원유에 대한 우선적 접근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3분의 1을 사우디에 의존한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정상적인 상업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중국은 에너지와 기타 부문에서 두 나라의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고 국제 에너지시장의 안정을 보호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내에서 권력 실세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IPO계획에 차질을 주는 요인이다.

사우디 정부는 아직까지 아람코의 IPO와 관련해 몇가지 중요한 결정을 취하지 못한 상태다.

아람코의 지분이 동시 상장될 해외 증시 선정이 그중 하나로, 이를 놓고 홍콩과 런던, 뉴욕 증시가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가 아람코 IPO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함께 한다면 대단히 감사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람코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사우디와 중국 사이에 진행되는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도 며칠 전 아람코의 IPO와 관련해 “미국 상장은 양국 관계의 발전과 심화를 뜻하는 중요한 상징”이라며 무게를 실었다.

미국이 이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세와 무관치 않다.

아람코 문제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또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와 이집트, 사우디가 중국으로부터 드론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중동과 아프리카 동맹국들의 미제 드론 구매를 막던 법적 걸림돌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아람코가 해외 증시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해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종종 코너스톤 투자자들에게 상당 지분을 매각하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란 보호 예수 기간을 지키는 조건으로 사전에 공모 물량의 상당 부분을 배정받는 기관투자자를 가리킨다.

소식통들은 아람코에 1~2명의 코너스톤 투자자가 필요할 수 있으며 중국 국부펀드를 그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와 중국의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진전을 거두기 위해서는 향후 양국 지도자들을 포함한 고위급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사우디의 역내 숙적인 이란으로부터 다량의 원유를 사들이고 있으나 근년에 와서는 수입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수십년간 방관자로 머물던 중동 지역에서 정치적, 외교적 영향력의 확대도 꾀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애이미 마이어스 자페 에너지·환경 담당 선임 연구원은 사우디가 중국이 이란을 멀리하도록 노력하고 있었으며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수단으로 아람코를 활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지지할 목적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주도하는 한편으로 중국 석유 수입 시장의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 국왕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 문제를 논의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사우디가 일부 인접국들과 함께 지난 6월 카타르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면서 중동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2015년 합의된 이란 핵협정의 폐기를 위협하며 적대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ESAI 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중국도 이를 주시하면서 자국의 입장을 숙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사우디 국왕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양국 외교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간 양국은 주로 장관급 인사가 상대국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뿐 정상의 교류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택한 것도 사우디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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