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부산의 한 공업사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원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 화재로 숙소 내부에서 잠자던 베트남 노동자가 숨졌다.

최근 며칠간 영하권 강추위가 지속하는 가운데 부산의 한 공업사 숙소에서 자던 베트남 노동자가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15일 오전 1시 49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고주파 장비 생산 공업사 내 컨테이너로 된 외국인 숙소에서 불이 나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 N(35) 씨가 숨졌다.

119구조대원은 20여분 만에 진화를 마치고 컨테이너 내부를 확인하던 중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N 씨를 발견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와 사상경찰서 등에 따르면 N 씨의 숙소는 화장실로 사용되는 1층 벽돌식 건물 위에 컨테이너를 얹어 1층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형태였다.

컨테이너의 절반은 N씨의 숙소로, 나머지 절반은 공업사 직원들의 휴게실로 사용됐다.

불이 난 숙소는 컨테이너를 활용한 임시 시설이어서 보일러 등의 난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려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한기 때문에 전기장판 등의 전열기가 필수적이다.

이런 형태의 숙소는 관련 법상 편의시설로 분류돼 소방설비 등을 갖출 의무가 없다.

이 공업사에는 N 씨와 같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공업사 내 비슷한 형태의 다른 숙소에서 따로 생활했다.

경찰은 불이 난 컨테이너에서 전기장판 등 전열기를 사용했다는 공장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이 전소해 화재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는 18일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감식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같은 국가 출신끼리 돈을 모아 회사 외부에 숙소를 구하기도 하고 회사가 마련해준 사내 숙소에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공단지역의 사정도 나빠져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여건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2년 전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한 N 씨는 베트남에서 결혼해 현지에 가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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