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매수행위 당시 선거구 존재해야만 하는 것 아냐…무죄판결한 2심 다시”

선거구가 정해지기 전이라도 선거를 앞두고 지역주민에게 음식 등을 제공하면 공직선거법상 매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5일 사전선거운동과 매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모(57)씨의 상고심에서 “선거구 획정 전에는 처벌할 수 없다”며 매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임씨는 2심에서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권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매수행위 당시에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돼 있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매수행위로써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그 선거가 실시될 지역의 선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매수죄의 상대방인 ‘선거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은 매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매수행위 당시에 지역선거구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라고 판단하는 등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지난해 2월 14일 20대 총선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친구를 지지해달라며 충남 아산 지역주민에게 61만 원 어치의 식당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는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가 폐지된 상태에서, 국회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선거구를 제때 획정하지 못한 시기였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구와 상관없이 선거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임씨를 공직선거법상 처벌 사항인 사전선거운동과 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며 사전선거운동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기부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기부행위죄는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매수 혐의를 추가했지만 2심도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매수죄 역시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 범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매수죄는 선거구와 상관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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