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참담한 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이 교수는 담담하게 최근 쏟아지는 모든 관심이 금방 다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BS캡처.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은 더 참담했다.

1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참담한 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이 교수는 담담하게 최근 쏟아지는 모든 관심이 금방 다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요청에 응답해 예산을 200억이나 늘려주셨는데 정말 좌절스럽다. 난 2011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구하기 위해 오만 현장으로 급파됐다.

‘아덴만의 영웅’이라 불리며 당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이 교수는 그해 3월 국회에서 “한국에서 40세 미만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나 당뇨 같은 질병이 아니라 외상이다”라며 권역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로 심하게 다쳐 사망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전국 종합병원 5곳에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7년 현재 전국 17곳이 중증외상센터로 지정돼 있으며 9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운영되는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은 참담했다.

중증외상센터는 24시간 근무체계로 최소 2건 이상의 수술을 동시 진행할 수 있는 인력 및 수술실을 항시 준비해야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외상센터 전담의 1인당 연간 1억 2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중증외상센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증외상센터 관계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뽑질 않는다. 응급의학과 의사는 병원에서 돈을 내지만 중증외상센터 의사는 국가 보조금이 나오니까 중증외상센터 인원을 응급의학과처럼 돌리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서 중증외상센터 의사들이 겸업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의사 5명을 잘랐다”며 “00대학교병원 홈페이지 보라. 이름보지 말고 얼굴을 봐라. PD님이 세금으로 낸 국고가 이 어르신들 주머니 채우는거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의 취재 결과 실제로 꽤 많은 중증외상센터를 갖춘 병원들이 중증외상센터 전문의를 일반 진료에 겸업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증 외상 환자가 들어올 때까지 항상 대기해야 하는 중증외상센터의 규정상 필연적으로 병원 측에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의 중증외상센터를 운영중인 병원들이 중증외상센터 외상 전문의들에게 일반 진료도 함께 겸업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중증외상센터에서 외상을 전문으로 해야 될 인력이 외부로 빠지면서 중증외상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증외상센터 인력 부족도 중증외상센터의 참담한 현실에 한몫하고 있다.

조현민 부산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 전문 인력이 늘기는커녕 자꾸 그만두게 되고 줄어드는 일이 생기면서 남아있는 사람이 너무 힘들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한 달 평균 야간 당직 횟수를 조사한 결과 한달 동안 7일에서 10일 당직을 서는 경우가 42%나 됐다. 또 10일 이상 근무하는 의사는 24.6%에 달했다.

언제 환자가 넘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항상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한 달에 당직을 7번 이상 서가며 시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국종 교수가 ‘그것이 알고싶다’ 측과 인터뷰를 하던 중 타 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 교수는 “저녁 6시에 환자가 그 병원에 왔는데 지금(새벽 1시)에야 자기네 병실 없다고 집어 던진대요”라며 “의사들 다 퇴근하고 레지던트들이 아침까지 (응급실에 환자가) 깔려 있으면 골치아프니까 지금 집어던지는 거예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새벽 시간이 돼서야 다른 병원에서 권역외상센터로 이동돼 오는 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0t 화물트럭에 각각 2살, 4살 어린 남매와 할머니가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들은 지역에서 가장 큰 전북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전북대 병원은 응급환자가 많단 이유로 2살 환자를 타 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이후 전북대 병원측에서 3시간 동안 전국 14개 종합병원에 전원 요청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국종 교수가 근무 중인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밤 12시가 돼서야 이송됐다. 사고 발생 7시간 만이었다. 그러나 이미 아이는 골반뼈가 벌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데다 내장출혈이 심해 다음날 새벽 4시 40분께 사망했다.

이처럼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뒤늦게 이송돼 와 목숨을 잃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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