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잇따른 인상에도
자산가격 급변동 가능성 높지않아
고위험·고수익 투자 신중 기해야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1985년 9월22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선진 5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시장개입에 합의했는데 이것이 경제사적으로 유명한 ‘플라자합의’다.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은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된 반면 일본은 1달러당 엔화 가치가 2년만에 250엔에서 120엔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수출부진으로 ‘엔고불황’을 겪게 되었다. 이에 일본은행은 5.0%이던 기준금리를 1986년 1월부터 1년 남짓 사이에 2.5%까지 급속히 인하한 후 2년여 동안 저금리를 지속했다.

저금리상황이 지속되자 일본에는 돈이 넘쳐나게 됐으며 자산시장에는 거품이 확산됐다. 1985년부터 1990년 사이에 일본주가지수는 약 4배 상승했고 부동산가격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1988년 한 해에만 도쿄 공시지가가 60% 넘게 폭등했다. 당시 일본을 팔면 미국을 네 번이나 살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광풍이 몰아쳤다.

자산시장 과열에 화들짝 놀란 일본은행은 이제는 반대로 1989년 5월부터 1년4개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2.5%에서 6.0%로 빠르게 인상했다. 그러자 1989년말 4만P에 육박하던 일본주가지수가 1990년 한 해 동안에만 40%가 폭락했다. 부동산도 금리상승의 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금리가 정점이던 1991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부동산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0년 후 아파트, 토지, 공장, 사무소 등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 때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도 유사한 사태를 겪었다. 2000년 IT버블, 2001년 9·11테러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1년 1월 6.5%이던 기준금리를 1년 사이에 1% 대까지 떨어뜨린 후 2004년 6월까지 저금리를 유지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2000년 1500억달러 수준이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잔액이 2006년 1조4000억달러로 급증하고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001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45%가 상승했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반대로 2004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금리를 1.0%에서 4.25%로 인상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승을 지속하던 부동산가격은 금리인상이 마감될 시점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3년만에 케이스-실러지수가 30% 넘게 폭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며칠 전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됐다. 금년 세 번째 인상이다. 이에 앞서 지난 달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만이다. 시중에는 금리인상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외환위기 이후 주가지수선물이 도입되었을 때 이를 두고 “우리나라 국민 성향에 딱 맞는 금융상품이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또 최근의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사람들이 자기 체급보다 과도한 펀치를 휘두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모두 고위험 고수익 추구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빗대어서 한 말이다. 그 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장에는 고위험 고수익 성향이 크게 팽창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각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 행태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할 시점이다.

금리인상 초기에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해서 금리의 힘을 얕봐서는 안 된다. 이는 금리의 절대수준이 아직 낮아서 그럴 수도 있고 이제까지의 자산가격 상승의 관성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과거 미국과 일본 사례의 경우 자산가격의 급변동이 상당부분 금리가 급격하게 조정되는 과정에서 초래됐지만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자산가격의 급변동 가능성이 높지 않으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은 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면 ‘이제는 신중해야 할 때’이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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