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계옥 시인
천상문집 앞을 지나간다

외닫이 미닫이 쌍여닫이 문틀이 세워져?있다

천상, 문을 만드는 집이다

간판에 새겨진 글자를 보며

천상을 최초로 두드린 자는 누구일까

미닫이를 밀고 문집으로 들어간다

어깻죽지에서 바스락바스락 날개가 돋는 것 같다

-중략-

천상으로 가는 길에 융단을 깔아본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에서

와르르 계단이 쏟아진다

여자가 외닫이를 닫고새벽으로 뛰어가면

밤을 동행한 남자는 미닫이를 밀며 들어온다

천상, 부대끼는 진흙세계다

층계 아래에 핀 국화의 얼굴이다

사람 사이에 놓인 벽을 천상문 외미닫이 쌍미닫이라는 말로 참 재밌게 표현했다. 시인은 문집 앞을 지나다 상호가 천상문이란 것에서 마음의 거리를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 위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에도 문이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둘 사이에 가로 놓인 첩첩 문을 열면 구름과 대화하는 기분일 때도 있지만 화성과 금성의 이질감 사이에 천둥과 번개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시를 읽으면 문체에서 성격이 보인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언어가 재기발랄하다. 국화꽃 향기에 지축이 흔들리고 서로에게 가 닿는 유일한 길마저 흘러내리면 천상남자와 지상여자의 엇갈린 행보가 보인다. 밤을 동행한 남자와 새벽으로 가는 여자, 문을 통해 가까워지고 문이 있어 멀어지는 인간의 삶, 진흙과 향기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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