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정치부장

울산광역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올해 행감은 울산시가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서 빠졌고, 6대 시의회 마지막 감사인데다 지역 일꾼을 꼽는 2018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탓에 피감기관인 울산시, 울산시교육청은 물론 지역 여야 각 정당,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았다.

게다가 22명의 시의원 중 21명이 하루아침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상태에서 열린 첫 감사로, 어느정도 저격수 역할을 해낼수 있을지, ‘봐주기식 감사’나 질문과 답변이 짜여진듯 한 ‘하나마나 한 맹탕감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잘못된 행정에 대해 채찍질을 드는 진면모를 보여줄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례적으로 시의회 상임위원장단이 회견까지 자처하고 행감 중점감사 사항까지 발표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광역의회에 진출하지 못한 지역의 한 정당조차 ‘오래된 지역현안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송곳같은 검증을 통해 민선 6기 마지막 행감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는 논평까지 내고 감사의 질적향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연 이런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행감이 피감기관과 시민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고, 성적이 매겨졌을까.

굵직굵직한 대형이슈 부재속에서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 감사가 아닌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는데 주력했지만, 그저 지역구 민원에 주력하거나 단순히 문제점만 재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돼 ‘옥에 티’로 남았다.

감사의 충실도에서도 의원들간 준비 수준에 편차가 여실히 드러났고, 그저 언론내용만을 인용하거나 기존 문제에 겉핥기식 당부성 질의가 여전한 점은 오점으로 남았다. 의회 안팎으로는 “2% 부족하다” “행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처럼 감사시기를 11월에서 6월로 옮기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등의 훈수를 뒀다.

언제부터인가 행감기간에는 경쟁이라도 하듯 의원들이 그날그날 집행부를 상대로한 질문 요약분을 감사 시작전에 시의회 기자실로 보낸다. 사실 당일 갑작스런 이슈가 터지지 않는 이상 이 자료와 상임위의 감사내용이 더해져 그날의 주요 메인기사가 만들어진다. “자료가 빈약하다” “다른 상임위는 자료조차 없다” “자료 내는 의원만 낸다” 이번 행감기간 동안 기자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이다.

행감을 마무리하면 정치부 기자들이 우수의원을 뽑는데, 우스개 소리로 베스트보다 워스트를 선별하는게 더 쉽겠다는 농담도 오갈 정도다. 당연히 자료만 많이 낸다고 해서 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행감에 대처하는 자세 등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지 않을까. 1년에 한번 공식 의사일정으로, 집행부 행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행감은 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서 행감은 흔히,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운다.

의회 뿐 아니라 행감에 대처하는 집행부의 자세도 개선되어야 한다. 행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 결과에 대한 이행요구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집행부 스스로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시민들이 부여한 권한과 역할을 잘 이행하는 의원들이 넘쳐나는 울산시의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형중 정치부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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