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공해가 도심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된 ‘완충녹지 조성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완충녹지 조성사업을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진행하면서 예고된 것이다. 환경성 검토나 공해차단대책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국가공단을 조성한 정부가 1970년 이후 뒤늦게 완충녹지 지정·조성사업에 나섰으나 전면 국가사업이 아닌 국비 50%, 시비 50%의 매칭방식으로 추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예산확보가 어려운 지자체로서는 찔끔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고, 울산의 경우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추진율이 40%를 밑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더디게 진행돼 온 완충녹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 시행 때문이다. 조성대상지역 사유지를 2020년 7월전까지 울산시가 매입하지 못하면 규제를 해제해야 하는데 절반 이상의 완충녹지가 해당된다. 공해 차단 효과 저하에 따른 쾌적한 정주여건 훼손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가공단 조성에 따른 경제성장의 과실만 따먹은채 공해의 책임은 울산시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가 아니었으면 한다.

울산의 ‘국가산업단지 주변 완충녹지 조성사업’은 산단 접경지인 남구 두왕사거리에서 북구 상방사거리까지 11.8㎞ 구간에 공해 차단 나무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총 사업 면적은 162만5000㎡이며, 사업비는 4193억2000만원이다. 지금까지 1400억5300만원을 투입해 62만㎡를 조성했다. 계획대로라면 시는 2030년까지 2792억6700만원을 추가로 들여 100만5000㎡의 녹지를 더 조성해야 한다. 준공 예정 기간이 12년 넘게 남았지만 사업은 일몰제에 부딪쳤다. 시가 일몰제 시행까지 사업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100% 규제가 풀린다. 그렇지만 울산시는 2020년까지 2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 2014년 국가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급기야 울산시는 역부족을 인정하고 반드시 진행해야 할 구간과 포기해야하는 구간 선별에 착수했다. 물론 구간 선별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과 특혜성 시비가 불거질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면 사업부지 대부분은 자연녹지로 용도가 전환돼 지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수혜가 예상되는 지주와의 특혜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해차단을 위한 완충녹지 조성이라는 본질은 간데없고, 이해관계에 따른 다툼으로 또 한 세월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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