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2018년은 울주라는 이름이 태동한지 천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울주군은 울주의 새 역사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2018년 비전을 ‘울주! 천년을 빚다, 미래를 열다’로 삼았다. 이를 위해 울주군은 4차산업을 선도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조성을 위해 분야별 마스터플랜과 종합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 지원조례도 제정한다. 또 인구 30만 달성을 위한 맞춤형 인구정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미래발전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천년을 함께 한, 천년을 함께 할 울주군의 생명력은 태동에서 성장, 번영으로 어우러진다. 그 생명력은 울주 성장력의 뿌리가 되었고 대한민국의 울주, 나아가 세계 속의 울주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고 있다. 울주 천년의 역사는 사람과 문화다. 사람이 성장의 주역이고 문화는 성장의 싹이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됐다. 다시 천년을 이어갈 울주의 번영을 위해 울주의 역사는 무엇이며 누가 그 역사를 쓰고 울주 모든 주민들이 역사의 주인공인가를 다시 반문할 때이다. 그리고 그 역사를 움직이는 힘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깊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아놀드 조셉 토인비는 사회의 진보 대신에 탄생, 성장, 쇠퇴, 붕괴라는 단계를 거치는 ‘역사의 순환설(문명순환론)이라는 독특한 문명사관을 제시했다.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에 대해 성공적으로 응전해야 탄생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원리를 천명했다. 다시 이어갈 울주 천년은 도전과 응전의 변화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밀려오는 도전을 외면하고 안일하게 응전한다면 성장은 동력을 잃고 천년의 뿌리는 메말라 가게 된다. 그 변화의 주인공은 역시 울주의 사람이며 울주의 문화다.

몇년 전 울주문화원에서 울주지역을 빛낸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23인의 인물은 신라충신 박제상을 비롯 신라명기 전화앵, 장군 김취려, 두서은행나무를 심은 이지대, 의병장 전응충, 병자호란 때 순절한 정대업, 달천광산을 개발한 이의립, 민족불교 지도자 구하스님, 남창 3·1운동을 주도한 이재락, 작천정 여류시인 이호경, 교육·문화·출판의 선각자 김기오, 장면 정권의 실세 오위영, 민속학자 송석하, 문학인 정인섭, 아동문학가 신고송, 울산 최초의 시조시인 조순규, 단편소설 작가 오영수, 아시아의 방적왕 서갑호, 섬유수출의 개척자 김만중, 울산 야당의 대부 김재호, 기행시인 박종우, 마을문고 운동의 창시자 엄대섭, 울산의 첫 등단시인 이기원 등이다. 이들의 생각과 용기, 그리고 실천이 오늘의 울주의 뿌리가 되고 그 뿌리는 문화를 거름삼아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양을 만들었다.

울주의 천년을 생각나면 반드시 떠오르는 나무가 있다. 주목이다. ‘생천사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은 오래살기로 유명하다. 외부에서도 붉게 보이지만 심재부분이(나무 중심부인 속 부분) 붉은 색이라 ‘주(붉을)목’이라 부른다. 붉은색은 ‘벽사’라 하여(사악함을 물리침, 귀신을 쫓음) 나쁜 기운을 쫓는 것은 처용의 화상이 그려진 빨간 부적이나, 붉은색이 나는 팥죽을 끓여 대문, 장독대 등 여기 저기 놓음으로 귀신을 쫓는 우리의 모습이었고 한, 중, 일 등 북반구 민족의 공통의식으로 붉은색의 주목을 귀히 여기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주목나무가 주목을 끄는 비결은 또 있다. 기다림을 실천하고 주어진 자리에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살아간다. 강한 바람과 강설에도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말 그대로 버려야 버림받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한다. 그래서 울주 천년을 다시 함께 할 약속은 믿음과 소통이다.

우리나라에는 울주처럼 천년을 정명하는 도시가 적지 않다. 경기도는 경기정명 천년을 맞아 1만6000여개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의견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도민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다. 울주 천년의 의미를 울주 주민의 이야기에서, 또 울주 주민의 삶에서 찾는 경청과 숙의의 과정이 실천된다면 미래 천년의 울주는 더욱 성장과 번영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운명이 있다고 믿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변화와 위기를 기회삼아 함께 할 울주 천년의 장대한 역사와 전통에서 우뚝 서 있는 주목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싶다.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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