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포럼 ‘화시전’ 기획
원로·중견시인 36명 육필 공개
27일 반구대교육홍보센터서 개막

▲ 김남조 시인의 육필 작품 ‘고래’.

아흔 한 살 노(老)시인이 반구대 암각화를 떠올리며 육필로 시를 썼다. 주인공은 근현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김남조 시인. 섬세한 감각으로 인간의 영혼을 밝히는 사랑의 힘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김 시인이 수천년 세월을 힘겹게 이어 온 선사인의 숨결이 더이상 잦아들지 않도록 울림의 시어로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반구대포럼(상임대표 이달희)이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견 시인 36명과 함께 반구대 암각화를 시문학으로 풀어내는 화시전(畵詩展)을 기획했다.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바위그림을 보고 시를 지어 ‘화시전’이다. 전시작품 모두는 시를 쓴 시인의 육필원고로 완성된다. 개막일은 27일 오후 2시. 울주군 대곡천 반구대교육홍보센터(집청정 옆)에서 ‘7000년 선사의 신비를 품다’ 주제로 마련된다.

이번 전시에는 36명의 시인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한다. 대곡천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등재운동 등 반구대포럼이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공감했기 때문이다. 참여시인은 김남조 시인과 목월문학상을 받은 이건청 시인을 비롯해 강은교, 김종해, 감태준, 김후란, 김성춘, 구광렬, 나태주, 신달자, 송재학, 윤후명, 오탁번, 오세영, 정호승, 정희성, 최동호, 최문자, 허영자 시인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시단의 대표적 시인들이 망라된다.

화시전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이건청 전 한국시인협회장은 “이 땅의 선사인이 창작한 대곡천 암각화들이 현 시대 시인들에 의해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 멸절 위기 암각화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근본적인 보존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이달희 상임대표는 “화선지에 먹으로 적은 육필시를 시인 모두가 완성해 보내왔다. 육필시는 화시전 이후 별도의 시집으로 발간되며,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와 함께 영속하는 이 시대의 유산으로 남기겠다. 우리 포럼은 문단 어른들의 뜻을 받들어 암각화 보존과 그 가치를 알리는데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종해 시인의 육필 작품 ‘반구대 암각화-뿔피리 부는 사람’.

이번 화시전은 향후 울주군 신청사, 울산시의회, 울산문화예술회관, KTX고속철역, 국회의사당 등에서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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