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림미술관·삼성미술관리움

▲ ‘줄서는 미술관’ 대림미술관 D뮤지엄(서울 한남동). 현재 진행되는 ‘PLASTIC FANTASTIC:빛·컬러·판타지’에서는 플라스틱 소재의 일상용품들이 전시작품으로 둔갑해 있다. 컬러풀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간연출로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있다.

1만5천여 작품 보유한 삼성미술관 ‘리움’
전세계 현대미술 개인 컬렉션 8위에 올라
통의동 대림미술관 한해 관람인원 46만명
작은 규모에도 알찬기획 ‘줄 서는 미술관’
미디어아트 주력 SK그룹 아트센터나비 등
고유의 색채로 한국미술 발전 다양한 노력

국내 미술관 갯수는 200여 개가 조금 넘는다. 그 중 이번 회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미술관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이들 미술관들은 제주 서귀포의 본태미술관(현대알루미늄)처럼 지역에서 개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울 지역에 몰려있다.

▲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아니쉬 카푸어의 대형작품 ‘큰나무와 눈’이 정원을 채우고 있다.

서울에 자리한 국내 사립미술관 30곳 중 대기업과 관련된 곳은 10곳 정도다. 삼성미술관리움(삼성), 아트센터나비(SK), 아트선재센터(대우), 금호미술관(금호아시아나), 성곡미술관(쌍용), 대림미술관(대림), 한미사진미술관(한미약품), 포스코미술관(포스코)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에는 세화미술관(태광그룹)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내년 1월 개관하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아모레퍼시픽그룹)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장 나선형 계단.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삼성이 운영하는 리움이다.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지난해 기준 1만5000여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의 소장품(7460점)보다 많다. 그래선지 영국미술전문사이트 ‘뮤추얼아트’(Mutual Art)는 최근 ‘전세계 현대미술 개인 컬렉션’ 톱11에 리움을 8위에 올렸다. 리움은 또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배우자 만찬장소로 선택됐고,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해외언론이 서울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리움은 2004년 개관 이후 국내 문화 전반에 ‘컬처쇼크’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아쉽게도 현재는 그룹 전반에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에 새로운 미술관련 행사를 중단한 듯 보인다. 사전예고된 김환기 회고전(4~8월)과 대규모 서예전(9월)이 취소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삼성이 그간 수집해 온 소장품 가운데 도자기, 고서화 등 국보급 고미술 전시장과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상설전시관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대림미술관의 ‘즐거운 나의 집’.

또다른 곳, 대림미술관은 사립미술관이라해도 믿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기획전의 아우라는 상상을 초월한다. 연 관람 인원이 46만명을 넘으며 ‘줄 서는 미술관’으로 통한다. 대기줄에는 20~30대 젊은층이 주로 많다. 아이손을 잡은 주부들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 대부분이 비슷한 패턴의 동작으로 미술관을 공유하는 모습이 더 재미지다. 세 마디로 요약하면 ‘보고’ ‘찍고’ ‘올리고’다. 실내촬영에 엄격한 다른 미술관과 달리 이 곳은 내부 사진촬영을 가로막지 않는다. SNS 활동에 적극적인 젊은층의 기호에 딱 맞다. 어느 공간,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관람객과 미술품이 최상의 콜라보를 연출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이 꾸며진다. 매 회 전시가 바뀔 때마다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림을 단 한번이라도 스쳐간 관람객은 그 매력에 흠쩍 빠져 또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

D뮤지엄.

대림미술관(통의동)에서 진행된 ‘더 셀비 하우스:즐거운 나의집’(4~10월)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했고, 종래는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는 관람객도 생겨났다. 같은 공간에서 최근 시작된 새로운 전시도 마찬가지다.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2018년5월27일까지)은 종이를 활용한 예술품을 소개하고 이를 감상하는 기회를 선물과도 같은 시간으로 표현한다. 대림의 또다른 공간, D뮤지엄(한남동)에서도 역시 똑같다. ‘PLASTIC FANTASTIC:빛·컬러·판타지’(2018년3월4일까지) 제하의 기획전은 20세기 기적의 소재, 플라스틱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킨 마법 같은 여정을 보여준다.

그밖에 SK그룹의 미술 사랑도 유명하다. 앤디 워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메레 오펜하임 등 미술계 거장을 국내에 소개했다. 아트센터나비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안착한 미디어아트를 미술관의 주요 콘텐츠로 내세워 눈길을 모았고, 10년 전 신정아 사건과 연류됐던 성곡미술관은 젊은 작가를 위한 ‘내일의 작가상’을 운영해 국제무대에 한국작가를 알리며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아쉬운 건 ‘비자금’ ‘돈세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들 미술관을 바라보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음성적인 미술품 거래와 고정된 가격이 없는 미술품의 특성상 그 차액을 활용하려는 불법 상속과 증여행위가 잊을만하면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미술관이 우리나라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제는 사회적 공헌을 위해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발짝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될 정도로 세계는 물론 국내미술시장 역시 변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미술가나 평론가 못지않게 미술을 사랑하는 일반인 애호가들의 역할이 컸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도 단순하게 좋은 것을 많이 보유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두터운 층을 형성한 애호가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공성에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문화예술산업이 고급화, 다양화하도록 실질적인 동반자가 돼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